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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Apr 23. 2024

나도 모르는 나의 뒷모습을 사진 찍는 사람들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20

"저기에 서봐."

"예쁘게 웃어."

"다리를 길게 뻗고, 몸을 옆으로 해. 날씬하게. ㅎㅎㅎ"


우리는 요즈음 만나면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입니다. 안 찍던 셀카도 함께라면 시도해 볼 수도 있게 됩니다. 무엇이라도 남겨야 한다. 이런 말을 많이 듣기도 했고, 이런저런 SNS를 하기 때문에 사진이나 영상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부끄러워서 사진 찍기 싫어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만나면 사진을 찍기 위해서 애를 씁니다.  


사진 중에는 작정하고 찍는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예쁜 표정을 만들고, 포즈를 잡고, 사진이 잘 나올 것만 같은 장소에서 모두 렌즈를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찍은 사진이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그나마 쓸만한, 인스타그램이나 다른 SNS에 사용할 수 있는 사진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근사한 장소가 보이면 나도 찍어달라 하고, 친구도 그곳에 밀어 넣어 포즈를 잡게 합니다. 가끔 70년대 달력 표지 같은 포즈들이 나와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요. 함께 낯선 공간에 갔을 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소한 일 중에 하나가 사진을 찍는 일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모임 종료 후에 카카오톡에 서로 공유를 합니다. 그 사진들을 보면 그 시간이 다시 생각이 나서 좋습니다. 모임의 순간, 이야기, 재미있어서 깔깔 대었던 소소한 일상이 다시금 현실처럼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진들 중에 특이한 사진이 함께 있습니다. 그건 뒷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진을 찍는지 모르는 채 찍힌 사진들입니다. 사실 저는 이 사진들이 더더욱이 관심이 가고 좋습니다. 언제 찍었지? 아, 이런 순간도 있었구나. 나는 그때 무얼 했나. 신기하게도 내 사진이고 내 모습인데 처음 보는 것 마냥 낯설지만 신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뒷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거울에 비치는 나의 앞모습에 반해서 나의 뒷모습은 내가 볼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찍어주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그런 장면이 됩니다. 그런 지나가는 장면을 잡아서 나를 찍어준 사람에게 눈물이 날 만큼 고맙습니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이고,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남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남긴 사진 속에는 나의 뒷모습이 숨어있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의 눈동자처럼, 카메라 렌즈도 나를 따라와 조용히, 나도 모르게 내 모습을 기록합니다. 가끔은 어색한 내 뒷모습 사진에 나보다 나를 더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오해도 합니다.


내 뒷모습을 찍는 건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나의 걸음걸음을 따라와 조심스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순간을 포착합니다. 그 사진 속에는 나의 어색한 웃음, 일상의 즐거움, 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의 작은 발걸음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 하면 그 사진은 '네가 어디를 향해 걸어가든, 네가 무엇을 바라보든, 우리는 항상 여기, 바로 이 자리에서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록들 덕분에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여러 가지 과정이 있습니다.

우선 카메라를 세팅해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스마트폰으로 많은 사진을 찍긴 하지만, 스마트폰도 열고 카메라 기능을 선택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피사체를 선정하고, 구도를 잡고, 포커스를 맞춥니다. 가끔 조리개나 셔터 속도등도 맞추게 됩니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찍고자 하는 피사체에 시선을 주고 어느 순간을 남길 것인지를 정하려면 일정 시간 시선을 고정한 채 따라다녀야 합니다. 가끔 여러 장을 한 번에 찍기도 합니다. 이건 잘 나온 사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대로 전달하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사용하여서 편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이유는 사진이 전달되었을 때, 그 사람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타인의 사진을 찍어주는 일은 단순히 이미지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는 예술적인 표현이며, 감정의 전달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만나면 저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이런 수고로운 단계를 거쳐서 나를 찍어준 것이고, 만족할 만한 사진을 남겨주어서 그 시간을 그리워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도 저의 뒷모습 사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에 소중하게 저장할 것입니다. 그 마음이 소중하고 고마워서요. 그리고 저도 친구들의 뒷모습을 찍어보려고 합니다. 나는 알지만, 그는 모르는 그의 모습을 남겨 놓고 나중에 어떤 시점에 하하 호호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사진 찍기가 쉬워졌습니다. 언제나 손에 들려있는 스마트폰 때문입니다. 쉽게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정성을 드리고 마음을 넣어야 좋은 사진이 남습니다. 나의 뒷모습을 찍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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