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보라 Feb 27. 2024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6

그녀는 비카인드 카페의 귀한 MBTI 'E형'입니다. 


우연히 카페의 멤버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모두 신중하고 생각이 많아서 시작을 잘 못하는 'I형'이 많습니다. 굳이 이렇게 나누고 싶지는 않은데 편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요즈음 이렇게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SNS에 글을 올릴 때도 맞춤법 검사를 하고 틀린 글자나 맘에 안 들면 다시 읽어보고 또 보고 하면서 쉽게 올리지 못하고 바로 삭제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래서 카페의 글이 많이 올라오지는 않습니다. 쉽게 타인에게 자기의 주장을 하지 못하거든요. 저도 아마 카페리더가 아니라면 그러할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그녀는 행동이 빠르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그녀가 지난주에 강남의 한 소극장에서 일을 만들었습니다. 음악을 전공한 그녀가 음악과 미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을 했습니다. 


보통 음악회는 음악만을 연주합니다. 미술은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도슨트의 설명을 듣습니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작은 이벤트를 개최했어요. 피아니스트의 음악연주와 미술평론가의 작품 설명을 함께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목적이 부합해야 합니다. 행사를 해야 하는 이유와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시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피아니스트와 미술작품을 소개해 주신 두 분의 의견 조율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소와 시설을 찾고 모든 예산을 계산합니다. 자금조달을 위한 지원부분도 알아보고, 이 일을 알릴 홍보 계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작고 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습니다. 그 모든 일을 맡아서 몇 달 전부터 세심한 신경을 썼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를 응원하기 위해서 토요일 오후 그곳으로 갔습니다.


'서초아트센터로 가주세요.' 급하게 잡힌 택시 운전사에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다른 일정을 보고 급하게 이동을 했거든요. 다행히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숨이 가쁜 채로 계단을 또각또각 내려갔어요. 토요일 오후 작은 콘서트 홀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예쁜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작은 예술 이벤트에는 지인들이 오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뜻 자신의 시간을 내서 온 다는 것은 웬만한 애정으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너무 예뻐진(?) 그녀가 저기 있네요. 행사 호스트답에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어봅니다. 바쁜 그녀를 독점할 수 없으니 살짝 빠져주고 매인홀로 입장을 합니다. 무대 한가운데에 커다란 그랜드피아노가 보입니다. 저 멀리 그녀가 보입니다. 바삐 움직이는 그녀는 약간 긴장한 듯 보이지만 여유가 넘칩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고 시작하다니.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피아니스트의 연주가 시작되었고, 자화상에 대한 작가와 작품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예술은 알고 보면 또 다른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유명한 작품들이었는데 해설과 함께 보니 또 다른 지식의 기쁨을 줍니다. 토요일 오후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사치를 한 기분으로 모든 일정은 끝이 났습니다.


바쁜 그녀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그녀의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응원합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다들 자신의 걸음으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토요일 저녁의 비 내리는 강남 거리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걸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