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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Feb 06. 2024

함께 하는 시간이 추억이 된다.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4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소리와 함성, 박수 그리고 가려진 천이 올라간다. 드디어 시작이다.

두근두근 어떤 시간이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이런 순간이 너무 좋다.






콘서트를 함께 가기로 하고 한 달 전에 예매를 했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하는 골든걸스 콘서트의 첫 공연이다. 2시에 시작하는 공연을 위해서 지하철 회기역에서 내렸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유는 얼마 만에 가는 대학교 캠퍼스 인가? 그곳에 가면 어떤 추억이 기억이 날까? 혹시 잊고 있었던 짝사랑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소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기억 속으로 모두 사라지기 전에 자세히 기록에 남겨놓을까? 아님 추억은 추억일 뿐 적당하게 잊히게 놔두어야 할지. 어떤 게 더 좋을지는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먼저 도착한 멤버가 적당한 커피가게에 자리를 잡고 우리는 그곳에 모였다. 한 멤버의 새로 산 맥북 노트북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화가언니의 그림이 들어간 스카프 선물에 감동하기도 하고, 이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공연시작 시간을 기다렸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은데 특히 이런 종류의 콘서트는 혼자 보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함께 이 특별한 시간을 보내 줄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서 커피숍을 나섰다. 경사가 급격한 언덕길을 오르니, 아무 멋진 공연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연장은 걸어 올라오면서 너무 힘들어서 지칠 때쯤에 나타나는 멋진 외관으로 그 짜증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사람이 정말 많구나. 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주는 행복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내부로 들어가 본다. 우리 자리를 찾아서 앉는다. 주변을 살펴보니 가족, 친구,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도 있고 어르신들도 있고, 나이 어린 친구들도 보인다.  


"골든걸스"라고 쓰인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들었을 때, JYP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본인의 능력을 총동원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들을 현역으로 불러내었다. 부럽다. 진심으로. 나도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삶이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나 하나도 챙기기에 급급하다. 개인적인 바람은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 네 명의 대단한 가수들의 목소리로 요즈음 노래를 여러 곡 불러주기를 바라본다. 이은미 님이 방송에서 부른 '청하의 벌써 12시'를 몇 번이나 재생해서 들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좋았다. 오늘 JYP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관객석에서 콘서트를 보았다고 한다. 


음악이 들려오고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골든걸스 프로젝트로 인해서 만들어진 노래들과 그녀들의 개인적인 유행곡도 불렀다. 모두 다 아는 곡이라니. 신나게 따라 부르고, 춤도 같이 추었다. 가끔은 눈물도 몰래 흘리고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손이 얼얼하기도 했다. 앙코르도 하고 콘서트는 끝이 났다. 이래서 콘서트에 오나 보다. 


콘서트가 전부 끝나고 밖으로 나와보니,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다. 우리도 모두 웃고 있었다. 도란도란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학캠퍼스를 걸었다. 각자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추억은 조금씩 다를 같다. 궁금하기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첫사랑 이야기라도 들을 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슬슬 배도 고프고 카페인도 필요한 시간이 되었다. 저녁을 먹고 예쁜 카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있다. 보고 온 콘서트 이야기도 하고, 겨울 바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도, 다음 전시회 관람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어쩌다 할 이야기가 많은 친구가 되었을까?


너무 흥분한 나머지 나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그리고 계산도 일부 틀려서 황당하기도 했다. 왜 이 사람들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많아 질까? 그리고 조금은 풀어진 모습을 보여도 전혀 창피하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는 게 감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함께 콘서트를 보는 일이 왜 재미있었나. 함께 가기 위해서는 일정조율도 필요하고, 미리 자리확보를 위한 예매를 해야 한다. 묶여있는 표이다 보니, 취소가 어려워서 그날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애써야 한다. 독감이라도 걸리면 난감한 일이 된다. 혼자 가는 것에 비하면 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함께 가는 것이 왜 좋을까? 함께 가야 하는 이유는 무얼까? 함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소리 높여서 노래를 해도 창피하지 않다. 일어나서 춤을 추어도 괜찮다. 옆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면서 더 신난다. 이런저런 많은 이유가 있지만, 결국에는 행복한 경험을 함께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만나면 가끔 오늘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비카인드의 다음은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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