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보라 Jan 23. 2024

혼자보기 같이보기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전시회를 본다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2

'어얼리버드 티켓입니다. 50% 할인 금액으로 예매 가능해요. 가실 분은 예매하시고 같이 가요.'

이 한 줄로 시작된 전시회 함께 가기가 지난 주말에 이루어졌습니다.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 눈이 큰 여자아이의 그림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아야코 록카쿠' 전시회를 함께 보기 위해서 우리는 만났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 주말 풍경은 조금 다르거든요. 정말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정말 많아요. 어슬렁어슬렁 거닐어 볼 생각으로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 만나기로 한 니카 님의 카톡이 왔네요. 이미 도착해서 테라로사에 있다는 거예요. 마음이 조급함과 함께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기다리고 있다는 기분은 역시 좋네요. 눈이 올 것 같은 날씨에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카페 구석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새로 산 맥북이 눈에 들어왔어요. 케이스도 이쁘고, 나도 지를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아직 잘 돌아가고 있는 저의 맥북에어로 버텨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부럽당.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른 멤버들을 만나기 위해서 약속장소인 비타민 스테이션으로 갑니다.


한 명 두 명 도착해서 만납니다. 자주 보는 얼굴들인데도 정말 반갑습니다. 하하 호호 벌써부터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되어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전시장으로 가서 예매티켓을 입장권으로 바꿉니다. 입장권이 핫핑크 색이에요. 와! 이 색을 정말 좋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색으로 된 원피스까지 입을 정도였으니까요. 전체적인 전시회의 톤이 이것이구나. 싶네요. 전시회를 보고 나면 지나칠 수 있는 우리들의 인증사진을 남겨봅니다. 이런 사진은 왜 항상 어색할까요. 다음번엔 조금 다른 포즈를 구상해 보아야겠어요. 






두근두근 드디어 전시장으로 들어갑니다. 커튼을 열고 우리를 반겨주는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읽어봅니다. 이때부터는 우리의 전시회 보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각자 보기도 하고 둘이 같은 작품을 보기도 하고, 가끔 다 모여서 한 작품 앞에 서기도 합니다. 이렇게 혼자 감상하다가, 내 생각을 이야기도 해보고, 궁금증이 생기면 물어보면서 전시회를 즐기게 됩니다. 약속한 것도 아닌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혼자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다양한 생각과 감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야코 록카쿠' 82년생, 일본 출생, 여자, 손으로 그림을 그림,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음. 현재 그녀의 그림의 경매가는 계속 상승 중임. 이런 작가에 대한 소개가 있습니다. 







손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저런 느낌이 나는구나. 그런데 손은 괜찮을까? 햇빛 짱짱한 곳에서 작품 활동을 해야 저런 색감의 그림을 그릴 수 있구나. 캔버스보다 골판지에 그린 그림이 더 좋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얼까? 그림 이외에도 영상이나 도자기 같은 작품도 했구나. 큰 눈과 입모양으로 감정을 나타낼 수가 있네. 저런 헤어스타일의 표현을 나도 해보아야겠다. 우리 아이들도 저런 그림 잘 그리는데 (현직 유치원 교사의 작은 목소리 ㅎㅎ), 아 이 그림 너무 좋은데, 굳즈가 있기를 바라며. 설마 있겠지. 아니 꼭 없더라.


이건 제 마음속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미술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저 바로 느껴지는 감상이 전부인 사람입니다. 그저 예쁘고 좋고 왜 내가 이런 생각이 드는지 알고 싶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 감정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작가에 대한 사전검색을 많이 하지 않고 전시회에 갑니다. 오히려 다녀오고 난 후 열심히 알아보고 다시 가보기도 합니다.


전시회 말미에 있는 영상을 작은 의자에 앉아서 보고나서 우리는 굳즈샵으로 갑니다. 모두 이쁜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지갑 좀 열어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오늘도 실망을 했습니다. 컬러가 달라요. 마음에드는 그림은 굳즈가 없어요. 기념품으로 하나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에효! 


3층 전시실이었기 때문에 2층, 1층, 로비를 지나치면서 다양한 샵들의 이쁜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특이한 젊은 작가의 작품에 잠시 멈추기도 했고, 작가님의 설명도 들었습니다.


전시회에는 일정이 안돼서 못 참석했지만 우리와 함께 할 이야기가 있다는 미소정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술의 전당 길 건너 9 BLOCK으로 자리를 옮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비카인드 카페의 앞으로의 일정, 미소정 님의 이벤트 소식, 그리고 개인적인 일들과 생각들의 이야기까지. 여기에서도 우리는 함께 이야기하다가, 둘셋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합니다. 신기하게 끊이지 않고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앞으로 가고 싶은 전시회를 나열하고 일정을 맞춥니다.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함께 갈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제가 카페 만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입니다.


벌써 어두워진 창밖 풍경에 깜짝 놀라서 주섬주섬 일어나 봅니다. 겨울바람이 불고, 살짝 눈도 오는 그런 주말의 저녁이네요. 이번 겨울은 눈이 참 많이 오네요. 날 좋은 날 다른 일정도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충만한 기분으로 집으로 향해봅니다.


카페 비카인드에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이전 11화 포장지도 못 버리는 비슷한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