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보라 Jan 09. 2024

신년 첫 전시회를 가다 (장욱진 회고전)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0

새해 첫 전시회 모임을 가졌습니다.


2024년 1월 첫 주말에 '장욱진 회고전'을 보기 위해서 덕수궁 정문 앞에서 만났습니다. 비카인드 멤버들을 기다리는데 '왕국수문장교대식'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저도 처음입니다. 외국인들은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찍고 있네요. 시청역 근처의 풍경은 많이 변했습니다. 서울시청이 새롭게 들어왔고, 프레스센터가 가장 높은 건물이었는데 이제는 많은 건물들이 보입니다. 겨울이라서 시청 앞의 스케이트장이 오픈을 했네요. 걷고 가끔은 자리에 멈추어야 보이는 풍경들이 있습니다. 한 겨울의 풍경을 눈에 가득 넣고 있는데 오늘 같이 전시회를 볼 일곱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이 근처에는 오래된 음식점이 많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딱 어울리는 "유림면"에서 냄비 우동과 온메밀을 다 같이 먹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민들레님이 또 선물을 만들어오셨어요. 너무 예쁘고 디테일이 대단합니다. 모두 손에 걸고 인증사진을 찍었네요. 감사합니다. 


입장료는 덕수궁 1,000원, 국립현대미술관 2,000원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나이를 모르고 지내던 윤숙화가님이 65세가 넘으셨다고 무료입장을 하셨어요. 정말? 몰랐습니다. 항상 소녀 같은 미소를 보이셨거든요. 우리는 전부 정확한 나이는 잘 모릅니다. 관계없지 않나요? 굳이 알려고도 않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듣고도 바로 잊어버립니다.


"장욱진 회고전"에 입장을 합니다. 저는 일부러 많은 검색을 하지 않고 왔습니다. 미리 알고 가는 것도 좋지만 그대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몇몇 유명한 작품들만 기억 속에 넣은 채로 전시장에 들어섰어요. 굉장했습니다. 1관에서 4관까지 많은 양의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이 전시회를 소개해준 니카님이 아마도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쉽지 않을거라고 합니다. 이 회고전을 위해서 개인소장품들을 빌려오고, 일본에 있는 작품을 일부러 구매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림 하나하나를 보는데 저는 이상했습니다. 1950년대의 작품이 이렇게 세련되고 힙할 수가 있을까요? 분명히 눈앞에 있는 작품은 수채화인 것 같은데, 해설에는 유화라고 적혀 있습니다. 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저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런데 자연스럽게 같이 간 멤버 중 미대언니(?)가 옆에 지나가네요. 슬쩍 물어보고 대답을 얻었습니다. 저는 항상 비카인드 모임에서 이런 것을 얻습니다. 혼자 가면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2시간을 훌쩍 넘게 전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꼼꼼하게 작품을 감상했어요. 그리고 전시 동선을 표시하는 그림과 화장실 안내표시, 문에 그려놓은 것까지 어쩜 이렇게까지 작가님과 어울리게 신경을 썼을까요. 작은 디테일에 전시회 관계자들에게까지 애정이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꼭 챙겨서 보아야지 다짐했습니다. 신년에 보는 전시회로는 완벽했습니다. 전시장과 작가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있을까요. 혹시 아직 안 가보셨다면 추천합니다. 한 달 정도 전시일정이 남았다고 합니다.


허리와 다리가 아픈 줄 모르고 있다가 이제 조금씩 고통이 몰려옵니다. 카페인이 급히 필요한 시간인 듯해서 근처에 있는 할리스로 가서 우리는 남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전시회 이야기, 이 동네의 과거 이야기, 핸드매이드, 신년의 기대감까지 정말 이렇게 할 이야기가 많을까요? 


저는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들을 준비가 된 사람들. 앞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생각이 될 때. 이건 사랑하는 겁니다. 아무에게나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굳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면 궁금하지 않거든요. 아마 밤을 새도 할 이야기가 계속 나올 듯합니다. 결이 비슷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이럴 수 있습니다.


오늘도 비카인드 전시회 모임을 대성공입니다. 우리는 다음 스케줄을 이야기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에는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카메라를 든 1명이 사진에는 없네요. 







이전 09화 좋은 일에는 우르르 몰려가서 축하해 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