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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Jan 02. 2024

좋은 일에는 우르르 몰려가서 축하해 주기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9

지난 주말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마도 제가 올해 본 눈 중에 가장 많이 내린 것 같습니다. 평소 같으면 연말에 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눈에 감성적이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날 눈을 보는 마음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늘 비카인드 모임이 있는데 어쩌지? 멀리서 오는 분들도 있는데 에고 쉽지 않을 것 같네. 하염없이 하늘을 보면서 조금만 그쳐 주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2023년 12월 30일에 만났습니다.


니카레인 작가님의 전시회가 있는 날입니다. '보라랜드' 세계관을 만들고 AI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5시에 아침도서관을 열면 5시에 어김없이 들어오고, 여러 가지 강의와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하루가 24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2023년 일 년 동안 그 많은 작품과 전시회를 할 수가 있었을까요? 대단함에 박수를 치게 됩니다. 


말 수가 적은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말할 때 눈빛이 있습니다. 반짝반짝 눈을 크게 뜨고 열심히 이야기를 합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설명할 때, 본인이 좋아하는 장소를 같이 갔을 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할 때입니다. 그런 그녀가 너무 대단해 보이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그녀의 전시회에 우르르 몰려가서 축하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내가 전시회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약간 쑥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와서 내 그림을 보고, 함께 했으면 할 것 같아요. 그것도 한해의 거의 끝자락에 있는 30일. 이 날은 아무 일이 없어도 생각이 많아지는 그런 날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뿌듯함도 있고 후회도 남고,  외로움도 느끼는 그런 시간입니다. 그런 기분일 것 같아서 저는 그날 비카인드 송년회를 겸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계속 보아왔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전시회의 행사는 오후 2시에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조금 일찍 12시에 만났습니다. 전시장 근처 카페의 넓은 자리를 미리 가서 선점하고 반가운 얼굴을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역시 소소행님이 처음으로 도착을 했습니다. 항상 일찍 오는 그녀는 두 손에 예쁜 꽃을 들고 나타났네요. 많이 일찍 이 근처에 온 듯합니다. 그 뒤로 오늘의 주인공인 니카레인 작가님, 멀리 원주에서 온 유리별, 민들레, 스마트러브, 유쾌한해빗, 미소정, 해피윤쌤 까지 모였습니다. 만나면 너무 좋은 사람들입니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는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 자리에 오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오늘의 궂은 날씨와 갑작스러운 사고와 그 외의 일들로 참석 못한 다섯 명이 너무 아쉽네요. 다음에는 꼭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전시장으로 이동을 하니, 라벤더님과 클라라님이 오셨네요. '창조의 진화, 아티스트를 말하다.' 전시회의 행사가 진행이 되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니카레인 작가님이 자세한 작품이야기를 발표했습니다. 다른 작가들과 참석자들이 조금 놀라는 듯했어요. 살짝 니카 님을 부러워하는 눈빛도 보았답니다. 니카님을 축하하는 우리가 제일 많았거든요. 흐뭇하고 좋았습니다. 작품들의 각각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주최하신 선생님의 유쾌한 설명과 행운권 추첨도 있었습니다. 역시 혼자 보는 것보다 이렇게 함께 보고 의견을 나누고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오늘도 느낍니다.


'우리 비카인드도 2024년 말에는 이런 전시장 빌려서 전시회 겸 송년회를 할까요?' 이런 말을 해버렸습니다. 제 머릿속 생각에만 머문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입 밖으로 나왔어요. 멤버 각자의 미술, 공예, 영상작품도 전시하고, 1년 동안 우리가 모임 하며,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 가능한 퍼포먼스도 하는 그런 일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들이 모였습니다. 일이 점점 커지는 듯 하지만, 생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우리는 이렇게 2024년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헤어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강은 알고 있지만, 각자 소개와 내년도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 생각하고, 말로 하고, 글로 쓰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비카인드 카페의 탄생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습니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함께해야 이룰 수도 있고 기쁘다. 우리는 이걸 아는 사람들입니다. 


카페를 오픈하고 반가운 닉네임을 계속 만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금을 알고 싶어서 SNS를 살펴보곤 합니다. 너무 놀랐고 좋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르고 있던 그 시간 동안 모두들 조금씩 발전했더라고요. 엄청 발전해서 이미 어느 정도 브랜드화를 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짝짝짝. 모두들 본인만의 세계를 만들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고 성장을 위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차근히 하고 있었더라고요. 


2024년에는 이렇게 우르르 함께 가서 축하해 줄 일이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어쩌다가 어떤 인연으로 우리가 만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현재 오래된 친구들보다도 어쩌면 가족들보다도 지금 생각과 하고 싶은 일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할 이야기가 많다는 건 사랑한다는 증거이거든요. 이 신기한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고 정성을 다할 생각입니다. 


지하철역에서 모두를 배웅하고 집으로 오면서 추위에 몸은 움츠려 들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과 함께입니다. 앞으로 비카인드 카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요?







니카레인 작가님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nikkal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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