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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라 Jan 16. 2024

포장지도 못 버리는 비슷한 사람들

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1

비카인드 카페를 만들고 제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날입니다. 그것도 연말에, 귀한 시간들을 내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 백화점에 들었습니다.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은 너무 좋습니다. 이 선물을 받게 될 사람들을 생각해 봅니다. 힘들었던 지난 일 년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 친구들은 저를 지켜준 사람들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 때 제 옆에 있어주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서 어떤 말을 쓸까? 고민을 합니다. 끄적끄적 이말 저말 써봅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고 내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하나하나 틀리지 않게 긴장하면서 쓰고, 포장지에 선물을 넣고 예쁜 스티커도 붙여줍니다. 


"2023년 저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쭉~ 함께 해요.  비비안장 드림" 






아침에 창밖을 보니, 눈이 오네요. 어쩌지. 젖으면 안 되는데. 선물 쇼핑백을 큰 비닐에 넣습니다. 눈이 오는 길을 소중히 품에 앉고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미리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선물을 숨겨 놓습니다. 약간의 떨림과 함께 멤버들을 기다려봅니다. 


하나둘 모이고 인사를 하고 의자에 앉고 음료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저는 작은 선물을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이 선물을 준비할 때 미리 생각한 시뮬레이션은 이렇습니다. 모두들 미소를 띠면서 '머야? 머야?' 하며 하나씩 선물을 고르고, 스티커를 제거하고, 속에 들어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각각 다른 종류의 핸드크림이 들어있어요. 각자의 핸드크림을 확인하고 핸드백에 넣습니다. 그리고 포장지는 버리면 됩니다. 연말 모임에 작고 가벼운 선물을 하는 이유 중에도 하나입니다. 



그. 런. 데.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두 짠 것처럼 그대로 가방에 잘 넣으려다가 저와 눈이 마주칩니다. 저는 각자 고른 핸드크림의 종류가 궁금해서 뜯어보기를 권합니다. 제 앞에서 선물을 확인했으면 하는 제 마음입니다. 핸드크림의 향을 서로 확인하면서 하하 호호하는 모습을 저는 보고 싶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굉장히 신중하게 스티커를 뜯습니다. 찢어지면 절대 안 되는 무슨 보물 다루듯이 합니다. 괜찮다. 그냥 뜯어라. 아무리 이야기해도 듣지 않습니다. 스티커를 보존하고 개봉하여 속 안에 든 핸드크림을 보고 향을 맡고서는 다시 넣습니다. 제가 왜? 이런 표정을 지어도 모두 같은 행동을 취합니다. 다시 새로운 선물일 때 마냥 잘 넣어서 각자의 가방에 넣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입니다. 비슷한 사람들.



예전에 저에게 받은 선물이 아까워서 아직 새것처럼 있다고 핸드백에서 꺼내 보이는 친구도 있습니다. 또 다른 친구는 그걸 일 년 동안 뜯지 않고 책상 위에 고스란히 있었다고 해서 제가 너무 놀랐습니다. '그게 아니다, 나는 네가 열심히 손에 바르기를 바란다. 또 사 줄 테니 어서 써라.'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포장지를 버리지 않는 이유는 머냐?' 했더니, '언니 글씨가 쓰여있는데, 어떻게 버려.' 이런 말을 합니다. 정말 어쩌어쩌. 일부러 다른 카드에 쓰지 않고 박스에 쓰는 이유는 그대로 버리라는 뜻인데.. 아무튼 못 말리는 사람들입니다.


이 말에 모두들 동의한다는 눈빛입니다. 어떻게 하나요?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학연, 지연 이런 거 하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같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만났습니다.






제가 연말마다 핸드크림을 선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제가 핸드크림을 좋아합니다. 향이 좋은 핸드크림이 가방에 들어있으면 기분전환에 매우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방 속에 제 선물이 있으면 같이 이곳저곳을 다닐 것 같아요. 작고 가벼운 것이라 연말 모임 후 이동할 때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혹시나 이 것을 사용할 때마다 나를 생각해 줄까? 이런 작은 소망도 있습니다. 일 년 동안 내편이 되어 준 사람들에게 선물을 준비하면서 저는 매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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