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18
홍대 앞 골목에서 눈에 띄는 옷을 발견합니다. 노랑 후드를 입은 사람들의 뒷모습이 저 멀리 보입니다. '어, 저분들인가 보다.' 하는 생각에 슬쩍 옆에 가서 아는 척을 해봅니다. 역시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입니다. 2년 전 우리는 이렇게 만났습니다. 매일 아침 줌 화면을 통해서 보던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되었거든요. [책받침 북클럽] 오프모임에 저는 달려갔었습니다. 보고 싶었거든요.
신기율 작가님의 북토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책받침 북클럽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과 친분이 있는 A가 추진을 했습니다. A는 2년 전 노랑후드를 입고 홍대 앞 골목에서 만난 그 사람입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작가님과의 시간이기에 저는 비카인드 카페에도 기회를 주었으면 했는데 흔쾌히 허락이 되었습니다. 모든 준비는 되었고, 우리는 오래간만에 직접 만나게 됩니다.
2024년의 봄이 시작될 것 같은 3월 첫 주 만남의 장소로 갔습니다. 그런데 봄이 오기가 힘든가 봐요. 바람이 아직은 겨울입니다. 장소에 가보니 겨울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어요. 통창으로 보이는 겨울산이 멋졌습니다. 대구, 수원, 인천에서 온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곧이어 작가님이 오셨어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보던 모습보다 너무나 젊으셨습니다. '카메라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작가님에게 있는 그 소년다움이 기계에는 닮아지지 않는 것 같네요. 속상한 마음에 저는 조금 실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은퇴한 교수님이신 줄 알았는데요.' 속으로만 생각할 걸. 너무 후회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만큼 작가님의 분위기를 닮아내지 못하는 것이 속상했어요.
작가님은 많은 준비를 하고 오셨네요. 장장 4시간에 걸쳐서 명상과 마음, 뇌 이야기까지를 해주셨습니다. 지금 집필 중인 다음책에 들어갈 내용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시간 관계로 준비하신 내용의 전부는 못했지만, 전달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여러 가지 질문을 준비했었어요. 예전에 읽었던 '은둔의 즐거움 (나를 성장시키는 혼자 웅크리는 시간의 힘)'을 다시 살펴보고, '관계의 안목 (내 삶에 의미 있는 관계과 사람을 알아보는 지혜)'은 기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자세로 읽었습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읽고, 질문을 뽑고, AI에게도 물어보았어요. 어렵게 시간을 내주시는 작가님과 준비를 한 A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책들은 다시 읽어보아야 할 리스트에 넣어두었습니다.
4시간이 순삭 되었어요. 내용이 유익하고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 가운데에는 작가님이 있었습니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명상과 마음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셨어요. 간간히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시고 쑥스러워도 하시고 아무튼 좋은 분이었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이 좋은 글을 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시니까 그런 글이 나오는구나.' 다시 한번 더 저는 결심하게 됩니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래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열강(?)에 너무 힘들게 보내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다시는 안 만나주시면 어쩌죠? 작가님과의 만남을 SNS에 올리니 '부럽다. 보고 싶다.' 이런 반응들이 있어요. 그러니, 작가님은 다시 저희를 만나주셔야 합니다. 꼭! 다음책이 나오면 다시 한번 이런 시간을 꼭 만들어 주세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모임에서 한 가지를 더 얻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할 때 훌쩍 갈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어요. 독립문역 근처 JMD Coffee입니다. 넓은 창가에 앉으면 없던 영감이라도 나올 것만 같지만, 솔직히 창밖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멍하게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에서 눈 오는 것도, 비 오는 것도, 그날처럼 햇살 가득 들어오는 따뜻함도 느껴보고 싶네요.
다시 한번 이번 모임을 만들어 준 A와 멀리서도 참여해 준 친구들과 신기율 작가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좋은 친구를 사귀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