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로 유부녀, 엄마라는 옷을 입고 살지만 이걸 후루룩 벗어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나에게도 내가 있다는 걸 이따금씩 확인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에게 열정은, 순도 100 퍼센트의 나로서 살아보려는 몸부림, 하고 싶은 거 실컷 하다 죽고픈 여자 사람의 열망이다.
불혹에 막 접어들었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소감은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구나!’였다. 약간 ‘기막히긴’ 하지만 이거 말고 달리 ‘기막히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죽기 전 자식들 앞에서, ’ 아차차!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네!’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진심 열정이 필요하다.
인생의 후반전은 절대 얼렁뚱땅 뛰어들고 싶지 않다. 지금처럼 만년 후보, 벤치 신세인 것도 싫다. 후반전에는 반드시 주전으로, 아니 주장 완장을 차고서 뛸 것이다. 휘슬이 울리기 전, 충분한 작전타임을 가지고 전략적인 게임을 하자! 나의 글쓰기는 그래서 시작되었다. 말하는 대로 살아진다나? 써 내려가는 대로 살고 싶었다. 이제는 내가 주도하는 경기를 뛸 것이다.
본격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누가 뭐래도 나는 나 자신을 예술가라 여긴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괜찮다. 세상은 원래 진짜 예술가를 잘 못 알아보는 법이니까.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에서 처럼 사후에야 그들은 나를, 나의 깊이를 알아줄지 모른다.
슈퍼맨도 평상복을 찢어야 제 모습이 나오니까 평상시에는 나도 그저 그런 아줌마로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글 쓰는 여성은 비범하니! 재미있고 빵 터지지만 뒤돌아서면 곱씹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열정으로 쓰고 읽는 사람 열정 받는 글. 훗날 이런 나를 보고 이렇게 쑥덕거리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
“저 여자 뭔가 음습하고 퇴폐적이다. 예술가 느낌 나지 않아?”
20대의 열정이 파바박 튀는 불꽃이라면, 화려한 불꽃놀이라면, 지금 나의 열정은 은은한 향초의 은근한 불꽃이다. 침착하고 계획적인 열정, 버리고 비워내는 열정이다. 죽음을 준비하는 열정, 그저 그렇게 늙어가지 않으려는 열정이다.
생의 어떤 스테이지에 올라 있든,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열정 있는 삶 살기를 응원한다.
열정! 열정!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