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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현 Oct 15. 2024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

인생 2막을 위해 한 발자국 #23

아들이 무인 문구점에서 모르는 형에게 돈을 뜯기고 왔어.


학교를 마치고 함께 돌아오는 길 아들이 해맑게 돈을 뜯기고 온 얘기를 해.

”친구 천 원짜리 사탕 두 개 사주고, 어떤 형한테 5천 원 줬어."

”오천원을 그냥 줬다고? 왜 줬어? 그게 누구야?"


아는 형도 아니고, 같이 운동하는 형도 아니고 같이 음악학원을 다니는 형도 아니란다.

이름도 학년도 모른단다. 그냥 달래서 줬다네.


답답함과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고 아들과 함께 무인 문구점으로 향했어.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CCTV를 확인 요청하고 어떤 상황이 펼쳐졌는지 확인했어.

다행히 아들을 때리거나 협박을 한 상태는 아니었고 어리바리한 1학년을 말로 구워삶아 자연스럽게 돈을 받아서 자기가 챙긴 상황이더라.


주변 아파트에서 대부분 이 학교를 다니다 보니 사진만 있으면 한 두 다리 건너면 알 수 있지.

다행히 사장님도 아들 학교의 학부형이라 이 상황을 귀찮아하지 않고 공감하며 열심히 도와주셨고, 지나가던 다른 학부모님들에게도 확인하여 결국은 아이의 신상을 알게 되어 바로 학교로 향했어.


녹화된 아이의 영상을 들고 담임선생님께 면담 요청을 드렸고 잠시 후 학폭담당선생님까지 함께 면담을 하게 되었어.

선생님들의 잘못도 아닌데 너무 죄송해하는 모습에 안 그래도 고생하시는 선생님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드린 것 같아서 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


아이가 잘못한 건 맞고 이건 학교폭력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해 드리겠다고 설명을 해주시는데, 물론 그 아이가 큰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4학년의 어린 나이에 ‘어어? 달라니 그냥 주네? 이게 되네?’라는 느낌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돈을 받아낸 상황이라 학폭위원회까지 넘기는 심한 처벌은 원하지 않았어.


그저 그 학생과 부모의 사과가 있었으면 좋겠고 아이는 잘못을 뉘우치고 해당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면 된다고 말씀드렸어.


결국 아이와 그 부모의 사과 편지를 받고 일정 기간의 교육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어. 

그 아이도 아직 어려 부족한 부분이 많을 거고 아직 한창 배워가는 나이이다 보니 그렇게 마무리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겠다 싶었지.


그리고 며칠 후 진심 어린 편지 두 장을 받았어. 

아이와 아버지의 사과 편지.


특히 아버지의 편지에는 미안함과 어떻게 교육을 시켰고 앞으로 어떻게 키우겠다는 진심 어린 내용에 아들을 키우는 같은 아빠의 마음으로 크게 이해가 되었고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어.


참 많은 생각들이 들었던 일주일.

아들에게도 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고, 이런 상황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어.


만약 우리 아들이 피해를 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렇게 진심을 다해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아들에게는 어떤 마음이 들까?


두 아이들도 부모들도 많은 것을 배웠을 시간.


모두 좋게 마무리되어서 정말 다행이야.


*진심을 다해 편지를 적어주신 아이의 아버지를 만나면 감사함을 표현하고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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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을 위해 한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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