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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16. 2023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3)

-꼬막비빔밥-

11월부터 2월은 꼬막이 제철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눈길이 잘 가지 않았던 식재료가 나이가 들수록 궁금해진다.

특히나 조개류의 비릿한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집에서 조개탕이나 홍합탕 같은 요리를 해 먹어 본 적이 없다.

꼬막도 그중 하나였는데 외식으로 꼬막비빔밥을 먹어 본 이후론 꼬막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쫄깃쫄깃한 식감과 살짝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꼬막은 조개류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꾸어놓은

조개류의 MZ세대 같은 신선함을 전해주었다.

마트를 둘러보다 해산물코너에 꼬막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살까? 말까?

손질에 대한 번거로움이 잠시 머리를 스쳐갔지만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은 요리였다.


꼬막 1킬로를 사들고 온 나는 마음이 바빠졌다.

일단 물에 바득바득 시꺼먼 물이 안 나올 때까지  문질러 씻고, 소금물에  숟가락을 꽂은 채로

한 시간쯤 검은 봉지를  씌워 담갔다. 해감을 해야 하는 작업이다.

다시 박박 문질러 씻고 끓는 물에 입을 벌린 꼬막이

이십 프로 정도 보일 때까지 한쪽방향으로 저어가며 삶아냈다.

이제부터는 꼬막을 까야한다.

고맙게 입을 벌리고 있는 꼬막은 떼어내기 쉬웠지만 반 이상은 입을 앙다물고 있었다.

작은 틈새를 간신히 벌려 까거나 그것도 아니면

꼬막 뒤편을 티스푼으로 지렛대처럼 비틀어 까야했다.

익숙해지기까지 꽤 힘든 수고가 들어가야 하는

일이었다.

1키로 꼬막살

이제 거의 막바지 작업에 다다랐다.

해감이 덜 된 꼬막살은 살짝 씻어내고 양념을 하기 시작했다. 간장, 고춧가루, 매실청, 참기름, 통깨,

마늘, 파, 액젓 조금, 고추(꽈리고추)를 넣고 살살

버무렸다.


완성된 꼬막비빔밥


음~~ 맛있다.

갑자기 맛에 취해 나 혼자 흥분했다. 따뜻한 밥에 올려 비벼먹자 나름 환상적인 맛이 나왔다.

저녁에 들어온 남편이 꼬막비빔밥을 먹고

나에게 한마디 건넨다.


"우리 꼬막비빔밥 장사할까?"

그래서 내가 말했다.

"꼬막은 당신이 깔래?"


꼬막덕에 행복한 하루였다.^^


감자국과 함께 한 꼬막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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