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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25. 2023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9)

-굴밥-

여름휴가로 통영을 찾았을 때 우리는 굴삼합을 한다는 식당에 들렀다.

굴삼합은 뭘까? 하고 궁금증을 가지고 갔던 식당의 요리는 굴요리의 대향연이었다.

굴회, 굴무침, 굴전, 굴튀김과 어묵, 그리고 김치와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굴삼합, 굴찜, 굴돌솔밥까지

나중에는 배가 불러서 음식을 다 못 먹을 정도로

굴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여름이라 혹시 탈이 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은 기우로 끝났던 굴잔치 덕에 굴을 보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굴이 제철인 겨울이 오면 굴이 자꾸 손이 간다. 오늘은 뭘 해 먹지?

저번에는 회와 굴전을 해 먹었는데 오늘은 굴밥을 해 먹으면 어떨까?

돌솥은 없고, 압력밥솥에 밥을 하면 굴의 형체가

다 사라질까 봐 전기밥솥을 선택했다.


밥이 좀 설게 됐지만 어찌 됐건 굴의 형체가 탱글탱글 살아있다. 참기름을 듬뿍 넣은 양녕장을 넣고 밥을 비볐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냄새가

통영바다를 담은 듯 비릿하다.


가끔은 음식이 전하는 추억이 마음에 새겨질 때가 있다.

삼척의 물닭갈비나 군산의 짬뽕, 제주의 오분작 뚝배기, 속초 이름 없는 회집의 물회, 그리고 통영의 굴삼합..

여행지에서 만난 로또가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하루다.


통영의 굴밥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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