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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다쟁이 Dec 20. 2023

남편을 위한 한 그릇 저녁(6)

-토마토 스튜-

나의 신혼여행은 동유럽이었다. 살다 보면 쉽게 유럽을 방문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남편이 정한

여행지였다. 나에겐 첫 해외여행이었다.

독일로 들어가는 입국심사에서

저절로 입국이 되는 줄 알았던 내게

잘 알아듣지 못하겠는 영어로 얼굴을 빨갛게 만들어놓던 웃픈 기억을 만들어주던 추억

생생히 살아있던 유럽에 대한 인상은 고혹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하고, 또 때론 너무 광활하기도 하고,

낯설면서도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었다.


9박 10일 동안 여기저기 핫 스폿만 찍고 다녀

못내 아쉬운 마음 더불어  연일 계속되는 식사에는 거의 매일 감자와 토마토 소시지 같은 메뉴가 등장해 나중에는 정말 고추장을 떠먹고 싶을 정도로 니글니글한 느끼함을 주던

맛에 대한 추억도 남아있는 곳이다.


토마토스튜는 아마 그 유럽 어디쯤 자그마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맛봤던 음식이었다.

그 당시에는 집에서 스파게티나 토마토요리를

잘해 먹지 않아서(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과 나는 처음 접해보는 음식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나는 왜 토마토를 끓여 먹지?

토마토국인가? 하는 의문점을

남편은 오! 토마토를  끓이니 되게 맛있는데! 하는 평점을 남긴 요리로 기억된다.


그 이후로 쭉 잊고 지낸 토마토스튜가 얼마 전 티브이에 손님을 대접하는 메뉴로 등장했다.

맛있게 먹는 패널들을 보며 저 요리를 한번 해봐야지 하는 마음을 품었다.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토마토는 데쳐 먹는 게 영양가가 더 있대"

라는 말도 동시에 내 귀를 스쳐갔다.


토마토와 야채는 집에 있고, 고기와 치킨스톡을

구매한 나는 레시피를 검색했다.

버터를 넣고 밑간 한 고기를 밀가루를 조금 넣어 볶고 

야채를 (감자. 당근. 양파. 브로콜리)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이고,

토마토와 스파게티소스 카레가루

치킨스톡을 넣고 뭉근히 끓이면 되는

비교적 만들기 간단한 요리이다.


맛은 어떨까? 궁금해서 작은 그릇에 담아 먼저 맛을 봤다. 전반적으로는 토마토 맛이 강하지만

버터와 고기와 약간의 카레 맛이 어우러져

뭔가 알 수 없는 특유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스튜는 이상하게 몸속에 따뜻함을 전했다.


바삭한 바게트와  먹으면 더 좋다기에

남은 식빵 한쪽을 에어프라이기에 구웠다.

빵과 어우러진 스튜는 왜 빵과 먹어야는지 알 것 같았다.

갑자기 헝가리 아니면 폴란드의 어둡고 작은 레스토랑의 빵과 소시지가 담긴 접시와

그 옆에 놓여있던 토마토국이 떠올랐다.


아~~

언젠가 다시 한번쯤은 너와 그곳을 가볼 날도

있겠지?


한 끼로 충분한 식빵과 스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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