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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30. 2022

다시 꽃이 예뻐지려고 한다

아가씨 때는 꽃이 그렇게 예뻤다. 꽃만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헤헤 웃음이 나왔다. 서른한살이었나, 벚꽃구경을 가고 싶은데 남자친구가 없어서 아빠엄마께 진해 꽃축제를 가자고 해서 함께 갔다. 차가 엄청 막혀서 아빠는 좀 짜증이 나셨고, 시집갈 나이에 아빠엄마랑 꽃놀이를 왔다고 엄마에게는 구박을 꽤 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 꽃구경이 참 좋았다. 몽글몽글 피어있는 벚꽃을 보면 내 마음도 함께 몰랑몰랑해지는 듯했고, 봄바람에 벚꽃이 날리면 내 마음도 그렇게 살랑살랑 날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벚꽃이 피는 4월을 나는 가장 좋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기를 낳고 난 뒤 벚꽃에 대한 감흥이 없어졌다. 어떻게 내가 벚꽃을 보고도 아무런 마음이 일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벚꽃에 대해 무감각해지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정말 이상했다. 하지만 벚꽃이 피고 지는 모습에 대해 정말로 아무런 감정이 일지 않은 채 4년여를 보냈다. 벚꽃 아래서 웃으며 사진찍는 사람들이 참 생경하게 느껴졌다. 사실 아직도 그 감각이 다 돌아오지는 않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꽃놀이를 가봤다. 큰 도로 가득히 화려하게 피어있는 벚꽃을 보면서 '아가씨 때였다면 내가 정말 좋아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처럼 꽃이 예쁘지 않다. 하지만 아주 무감각했던 지난 4년보다는 예뻐보이기는 했다.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봤다.


첫번째 이유는, 꽃보다 더 예쁜 아기를 얻어서라고 생각해본다. 꽃보다 더 예쁜 아기를 늘 보고 있으니, 꽃이 특별히 더 예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걸 봤기에 그 다음 예쁜 것들에 대한 감흥이 없어졌다고 해야하나.


두번째 이유는, 꽃이 예쁘다고 느낄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생각해본다. 꽃놀이도 내 몸이 편안할 때나 가능하지, 피곤하니 꽃놀이고 꽃향기고 아무 감흥이 없는 것이다. 나는 아기 낳기 전까지 꽃꽃이가 취미였을 정도로 꽃을 좋아했다. 백화점 문에서 1년정도 수업을 들 기초는 배웠고, 그 후 주위 사람들 좋은 일이 있을 때 직접 만들어서 선물했다. 하지만 몸이 힘드니 꽃꽃이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었고, 기념일마다 남편이 보내주는 꽃바구니도 귀찮게 느껴졌다. 왜 결혼한 여자들이 꽃선물보다 돈선물을 좋아한다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다.


아무튼 이제 아이들이 좀 커서 그 뽀송뽀송한 느낌이 좀 덜해져서인지, 이제 꽃도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이들이 큰 만큼 내 육체적인 피로감도 줄어서인지, 다시 꽃놀이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예전의 그 감각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유를 더 생각해봐야겠다.


어쨌든 코로나 3차 백신접종 후 한달간 무력하게 지냈는데, 지난 주 꽃놀이를 하고 난 후 몸에 생기가 도는 느낌이다. 만물이 생기를 얻는 이 봄, 예쁜 꽃들 덕분에 내 몸도 생기를 얻는 기분이다. 좋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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