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에는 아빠, 엄마 외에도 두 마리의 아들 호랑이가 있었다. 아들들은 아직 어린 호랑이인데도 아빠 다음으로 덩치도 크고, 포효도 쩌렁쩌렁했다.
큰오빠 호랑이는 대담하고 머리가 좋았다. 그는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는 듯했다. 자기 생각과 다를 때는 아빠, 엄마 가리지 않고 대들었다. 동생 호랑이에게는 말할 것도 없었다. 동생 호랑이가 나를 괴롭히면 피가 날 만큼 물기도 해서,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큰오빠 호랑이가 굴에 없을 때 동생 호랑이에게 앙갚음을 당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내 편을 들어주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으르렁거리며 그들이 싸우는 것은 내게는 고문과 다름없었다.
내가 낯모르는 동물들과 어울려 놀거나, 굴에서 먼 곳까지 나갔다 오는 것을 큰오빠 호랑이는 몹시 싫어했다. 나는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는 큰오빠 호랑이가 엄마 호랑이 다음으로 무서웠다. 그가 부드럽게 내 등을 핥아줄 때조차 나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겉으로는 기분 좋은 듯이 웃으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내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큰오빠 호랑이는 기질은 드셌지만, 아빠 호랑이를 닮아서 다정한 성격이었다. 그는 산속 이곳저곳을 데리고 가주기도 했고, 큰 나뭇가지에 나를 올려놓고 놀아 주기도 했다. 그가 나무둥치를 앞발로 흔들면, 나뭇가지가 낭창낭창 흔들리는 게 꼭 그네를 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럴 때면 나는 굴에서의 내 처지도 잊어버리고 천진난만한 새끼 토끼로 돌아가 마음껏 즐거워했다. 그는 내가 산길에서 다리를 삐기라도 하면 약초를 구해와서 입으로 잘게 씹어서 발라주곤 했다. 고마운 큰오빠 호랑이였다. 나는 그런 그를 ‘묘빠’(큰오빠)라고 부르며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