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호랑이에게 나는 어떤 의미였을까. 먹잇감밖에는 안 되는 새끼 토끼지만, 남편 호랑이가 애지중지하는 만큼 쉽게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게다가 한동안 같이 지내다 보니 아들 호랑이가 못 가진 곰살맞은 구석도 보였을 것이다. 배가 부르고 아빠 호랑이와 사이가 좋을 때는 엄마 호랑이 눈에도 내가 귀엽게 보였던 것 같았다. 친구 호랑이에게 데리고 나가서 나를 자랑하기도 했다. 애교가 많고, 잔심부름과 굴 청소를 곧잘 한다고.
그래봐야 나는 이상한 호랑이, 아니 토끼였다. 엄마 호랑이는, 아빠 호랑이가 빈손으로, 굴로 돌아오면 모든 것이 내 탓인 양 무섭게 화를 냈다. 쓸데없이 토끼 말을 공부한다고, 굴 안에서 깡충거린다고, 눈치 없이 행동한다고 혼을 냈다. 어깨가 결린다고 올라타서 전신을 주무르라고 시키기도 했다. 나로서는 죽을힘을 다해 주물렀지만, 힘이 약하다고 또 혼이 났다. 토끼의 뒷다리 힘이 아무리 좋다지만, 그 큰 호랑이의 마음에 들 만큼 힘차게 주무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언제나 엄마 호랑이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 호랑이의 사냥이 성공하기를, 모두가 엄마 호랑이를 화나게 하지 않기만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