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세계
남편이 4인가족 짬뽕을 한다며 홍합 10킬로를 주문했던 해프닝을 글로 담은 적이 있다.
그 이야기는 남편의 요리에 관한 새 브런치북 1화였는데, 운이 좋게 다음 메인 포털에 올랐다.
주말 아침 핸드폰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춤을 춘다.
"이게 왜 이래?"
어리둥절 폰을 확인하는데 세상 처음 보는 조회수가 나타났다.
"헉, 칠백이라니!"
그리곤 순식간에 2천, 5천을 찍더니 조금 텀을 두고 천천히 상승하여 만까지 가더라는 것이다.
첫 브런치 글을 발행할 때의 수줍음은 어디 가고, 누군가가 봐준다고 생각하니 신이 났던 그때의 경험이다.
'만약 홍합 10킬로 해프닝을 글로도 쓰고, 영상으로도 재미있게 담아낼 수 있다면 너무 재미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능력이 내게는 없다.
글과 영상,
둘 다 플랫폼에 기록한다면 나만의 온라인 세상을 구축하는 일이 된다. 그렇지만 실행했을 때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내가 만든 영상을 업로드한다는 것은 글을 발행하는 것보다 더 헐벗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글은 내가 선택한 언어로 마음을 드러낸다면, 영상은 '보여짐' 자체가 콘테츠가 된다.
따라서 브런치나 블로그는
"읽고 싶은 분들은 들어와 읽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독자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이라면,
인스타나 유튜브, 클립은
"누가 볼까 무섭지만, 아무도 안 볼까 봐 더 무서워."
라고 소리치며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에 선 기분이다.
사실 자신의 제품이나 매장이 있다면 고민할 게 없다. 그것을 릴스에 담으면 되니 얼마나 좋은가.
살림기술 같은 특별한 서비스도 없는 나는 팔게 전혀 없다.
"어쩌겠어. 네가 하기로 했다면 너 자신을 브랜딩 해봐."
그럴싸한 말에 넘어가 혼자 끙끙대고 무언가 찍어 올려본다.
"사람들은 정보보다 인간에 끌려. 비록 지금은 보여줄 상품이 없어도
나를 좋아하는 천 명, 아니 백 명이라도 모아보자."
스스로 다독이며 대단한 도전을 할 모양으로 심기일전한다.
그러다 업로드된 영상을 확인한 내 입이 웅얼거린다.
"너무 구려."
처음엔 당장이라도 잔다르크처럼 성 하나쯤 부술 기세더니 태세돌변해 저기 구석에 쪼그리고 앉은 나를 발견한다.
기획과 구성, 영상미까지 아주 탄탄한 완성도 높은 릴스가 눈에 아른거리는데
내가 만든 결과물은 초라하다.
완벽한 나를 보여주고 싶은데
헛발질이 계속된다.
이래서야 나를 표현할 수는 있는지
어떤 게 가장 나를 잘 나타내는지 알 제간이 없을 것 같다.
또 영상 속에 나오는 날 보는 건 어찌나 오글거리고 낯부끄러운지 적응이 안 된다.
아직 ‘릴스 초보’로서 수백 번의 헛발질을 해야 될 텐데 업로드할 때마다 부끄럽고, 자꾸만 덮어버리고 싶다.
"아, 괴롭다."
이 길로 가는 게 맞을까?
완벽한 콘텐츠는 결국 내가 만들어낸 영상의 누적에서 감각을 찾을 때 만들어지겠지?
일단 양으로 승부 보자.
그러다 보면 뭐라도 보이겠지.
그러니 이 수행의 묘미는 불완전한 나를 즐기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