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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스 떡상 공식

너 알고 있니?

by 하루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면 이 수업을 들으세요!"

요즘 당신의 채널을 떡상하게 해 준다며 온라인 호객행위를 펼치는 강좌들이 넘쳐난다.



'정말? 나 잘 모르는데 이거 들어야 될까?'

기웃거리다 어떤 수업을 하는지 궁금해서 한 번 클릭했을 뿐인데,

곱창거리에 즐비한 곱창집들을 보듯 내 폰은 어느새 릴스 강좌로 도배되고 만다.



조회수 보장, 떡상 편집 공식, 계정 폭발 성장법등 그들이 내놓는 정보들은 하나같이 초보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게 쉽게 되는 방법이 있다고?'

자신의 강좌를 팔고 있는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한 수강생들을 선보이며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속삭인다.





주제와 타깃 설정


그런데 말이다, 대박이 난 그런 계정의 아주 기본적인 공통적인 옵션

즉, 명확한 주제와 뾰족한 타깃을 설정하기 위해서 나는 아직 아무것도 나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슬픈 사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의 조언대로 내 계정의 정확한 주제와 타깃층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나는 느리더라도 천천히 나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는 계정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 콘텐츠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깃 설정도 미뤄둔 채,

집에서 요리를 해대는 남편덕을 보며 요리콘텐츠를 몇 개 만들어본다.



실상 푸드계정은 이미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게다가 요리하는 남자가 핫했던 것도 옛날이야기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요리인가 하는 것이다.



요리하는 남편과 집밥은 나의 지난 5년간의 삶을 대변해 준다. 앞으로 그려나갈 내 계정에 집밥은 여전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딱 그것만으로 나를 정의내릴 수는 없다. 온전한 나를 드러낼 요소들이 분명 내 안에 잠들어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어떤 반복의 릴스'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나는 남의 것을 차용해 "마흔의 도시락"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다.



학원에 수업하러 가면서 도시락을 싸서 가는 콘셉인데

딱히 요리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잘 찍고 싶은 마음에 고민이 너무 많은 건지,

아직 찍지는 못하고 여전히 뇌에서 알을 품고 있는 상태이다.



"우리 논산 가야 해."

그러다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할 기회가 생겼다. 수련회에 밥을 해주러 출장을 떠나게 된 것이다.



그때 마주한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았다. 지금, 그 곳의 여름풍경을 그대로 담아 전하고 싶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창문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시골 정류소 표지판, 고요하고도 여유로운 시골정취, 하늘을 핑크와 보랏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은 나를 망설임도 없이 카메라를 들게 했고 연신 감탄을 쏟아내게 했다.



'그래, 난 이런 자연의 경이로움에 경탄하길 좋아했지. 뻔한 똑같은 루틴에 박히는 것보다 창작자의 감성으로 모험하길 즐기지. 지루한 일상 가운데서 오늘의 깨달음을 찾고 깊이가 더해지는 삶을 살고 싶어 해!.'



나는 그렇게 도시락을 싸야 하는 실행의 부담에서 몰입의 기쁨으로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주제를 선택해야 될까?




여기서 잠깐!

계정을 키워 유명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목표이신 분은 저와 같은 어리석은 과정을 지나지 마세요.

바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하고 타깃을 설정한 뒤, 자신의 색을 담은 콘텐츠를 루틴화하여 찍어내듯 릴스를 만들어 올리세요.



저도 SNS로 돈을 벌고 싶지만, 저의 감성은 무슨 색일지 찾는 게 저의 첫번째 목표랍니다. 그러기 위해 세상의 많은 주제와 방식 중에 어떤 걸 택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고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싶을 뿐이에요.



"네가 고른 주제는 돈이 안돼."

"넌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거야."

남들이 둘러가는 길이라며 틀렸다고 할지 모르지만,

일단 저를 따라가 보는 이 시간이 저는 즐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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