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고래를 춤추게 만드는 게 또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을 때 자존감이 극대화되고 그만큼 성장도 하게 된다.
직장인들이 가장 기분 좋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상사로부터 인정받았을 때라고 답한 걸 본 적이 있다. 즐거움과 자신감이라는, 조직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말 한마디가 바로 "인정한다"인 것이다.
대학원 박사과정 때의 이야기다. 보통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서 저널에 투고하면 전문가들의 심사를 받고 게재 여부가 결정된다. 그래서 연구 결과 못지않게 논문도 논리적으로 잘 써야 한다. 게다가 국제 저널에 내기 위해서는 영어로 써야 한다. 평소에는 초안을 써가면 지도 교수님과 상의하면서 대폭 수정을 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지만 모든 과정을 통과해서 게재되고 나면 그만큼 성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대로 초안을 써갔는데, 교수님께서 특별한 말씀을 해주셨다.
"이제 박박사 실력을 내가 인정하니, 자네가 알아서 투고하도록 하게"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하는 교수님과의 수정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것이 좋기도 했지만, 나를 진정으로 기쁘게 한 것은 교수님께 인정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덜컥 겁이 났다. 지금의 초안을 나 혼자 투고본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수님과 함께 수정할 때 보다 몇 배의 영혼을 갈아 넣은 끝에 나는 드디어 투고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 교수님께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없던 능력도 생겨서 생각보다 훌륭한 논문으로 재탄생되었다. 예상대로 심사위원들의 반응도 좋았고 별다른 추가 수정 없이 게재될 수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드디어 연구자로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교수님의 "인정한다"는 말씀 한마디가 새내기 박사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이후 나는 사회 생활하면서 "인정한다"란 말을 많이 듣고 또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을 누군가에게 똑같이 느끼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조직에서의 권한위임에 비교해 보자. 논문 투고를 일임한 것은 권한을 위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게재 승인 여부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즉,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위임한 것이 된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질 일 없이 권한만 갖는 것을 독단이라고 하고 반대의 경우를 희생이라고 한다.
주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에 독단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상사의 인정을 받을 때 독단은 희생이란 옷을 입고 겸손한 리더십으로 바뀐다. 겸손한 리더십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것이 반복될 때 자율적이면서도 책임지는 조직이 된다. 우리가 서로 인정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 내 옆의 부서원들에게 인정한다는 얘기를 해보자. 즐거움과 자신감이 들불처럼 번져 유연하면서도 강한 외유내강의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