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물 밖 개구리가 되다

- 내가 육아서를 읽지 않는 이유

by 생쥐양

1. 숨이 트였던 육아서

첫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이 접어들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육아서'를 읽었던 것 같다. 잠투정이 심했던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재우면서 읽고, 밥 먹으면서도 읽으며 내가 겪고 있는 육아의 고통을 해결해줄 책들을 찾아 헤매었다.


그때는 나보다 먼저 아이를 키워본 육아 선배에게 추천받은 책들을 읽었는데, 그나마 손에 책이 있을 때에는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나도 이렇게 키우면 되겠구나' 하는 희망과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아이를 잘 키우는 부모가 많은지, 어쩌면 이렇게 아이의 심리를 잘 파악하는지, 존경스럽고 멋진 부모가 마치 미래의 내 모습이 될 것 같아 가끔은 울컥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끈질기게 4년간은 육아서를 놓지 않았었다. 아이가 커갈수록 늘어나는 질문과 어려움들이기 나에겐 '해결해야 할 문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2. 숨을 조여 오는 육아서

하지만 어느 순간 육아서를 덮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에게 "너는 왜 육아서를 읽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의 솔직한 대답은 "나도 책에 나온 애들처럼 키우고 싶어" 서였기 때문이다. 즉, 엄마표 영어로 영어를 외국인처럼 말하는 아이, 책 육아 하나만으로 영재교육원에 다니는 아이, 17세에 검정고시로 명문대에 합격한 아이 등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할 수 있지?'라는 질문을 가지고 육아의 기술을 습득하려 했다는 걸 스스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렇다. 질문에 질문의 꼬리를 묻고 답하다 보니 나는 '목적'이 있었다. '영재를 키워낸 훌륭한 부모'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싶었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갈 때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길을 선택하고 방향을 잡는다. 하지만 나는 망망대해 위에 홀로 떠 있는 배와 같았다. "이쪽으로 갈까? 아니 저쪽으로 갈까? 둘 다 아니면 어떡하지? 불안하고 자신은 없지만 우선은 가보자" 하는 심정으로 육아서에 나온 고급 스킬만을 쪽쪽 뽑아내는 족집게 강사 같았고, 이는 나의 숨을 조여왔다.


3. 우물 밖 개구리

결혼하고 출산을 하기 전까지, 나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었다. 내가 갇혀 있는 세상이 전부라 생각했고 우물 밖에는 어떤 세상이 있는지 관심도 노력도 도전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못한 게' 아니라 우물 밖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고 두려웠다.


이런 삶의 자세를 가진 내가 아무리 고급 육아기술을 습득한다 하여도 그건 그저 '모방'에 불과할 뿐이고 그 효력도 얼마 가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된 후 '삶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섰다. 육아서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마음가짐이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인문학, 고전 등 독서뿐만 아니라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보고 좋은 강의도 찾아다니며 삶의 태도를 하나씩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학연, 지연, 혈연으로만 한정되었던 관계망이 넓어졌고 나와 같은 비전을 갖춘 사람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였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으로 전국에 있는 사람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이 활성화되어있어서 좋다. 교통비뿐만 아니라 시간도 절약되니 말이다.


육아란 한 인간을 키우는 일이다. 그만큼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란 말이다. 그걸 하루하루 해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부모를 응원하고 싶다. 사실 우물 안에 있건 밖에 있건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육아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인 것 같다.


언젠가 나의 지혜가 흘러 넘칠 때쯤 다시 육아서를 집고 싶다. 그들의 노력과 열정과 사랑의 깊이에 내가 닿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오늘도 우리 모두 한 발자국만 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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