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서핑에 오르며

-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요

by 생쥐양

1. 경작하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들은 나와는 완전 다른, 새로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는 건 더욱 위험한 일일 것이다.


원래 인간은 다른 사람을 키울 수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자식과 손주가 자라는 것을 지원하는 것.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뿐입니다.

<마흔에게> by 기시미 이치로


그래서 '육아'를 '경작(耕作)'에 비유하고 싶다. 농부들이 4계절을 보내며 '씨앗'하나로 '열매'에 이르기까지, 매번 같은 방법으로 경작하진 않는다. 즉 계절의 리듬을 타면서 끊임없이 씨앗에게 애정을 품는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내가 우선적으로, '씨앗'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노력, 다시 말해 '사랑'이 필요하다.


사랑이란 생활의 결과로써 경작되는 것이지 결코 갑자기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한 번도 보지 않은 부모를 만나는 것과 같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는 까닭도 바로 사랑은 생활을 통하여 익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략-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by 신영복


봄이 되면, 새로운 씨앗을 뿌리듯 새 학기가 시작된다. 경쾌하고 즐거우면서도 기대 반, 걱정 반인 상태일 것이다. 여름이면 무더위와 홍수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잠시 쉬어가듯 우리네도 방학이라는 기간 동안 몸도 마음도 충전을 한다. 가을이면 열매를 거두어 창고에 저장해 두고 풍요롭게 보내듯, 우리도 결실을 맺게 된다. 겨울이면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며 가벼워지는 시기이다.


이렇게 가만히 들여다보니, 계절의 순환에 몸을 맡기지 못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엄마인 내가 늘 전투 모드로 육아를 하고 있으면서 '아이 탓을 하고 있었구나'하는 미안함이 몰려온다.


엄마인 우리는,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이미 '모성애'라는 사랑을 장착하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러니 누구나 아이를 키울 준비는 된 것이다. 다만, 농부가 경작하듯, 유연하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여보는 건 어떨까?



2. 행복의 시작, 서핑 육아

서핑 육아의 준비물로 언급했던 '나, 아이, 마음(의도)' 중 제일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것은 '나'일 것이다. 사람들은 '생산적'이고 '경제적'인 활동만이 의미 있고 추앙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육아'만큼 인간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아이가 아프면 마음이 찢어지고, 아이의 커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는 건, 그만큼 '아이'의 존재만으로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에 있다. 그 시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고, 기쁨과 좋은 감정을 안겨줄 수 있는 경험 말이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좋은 경험을 찾아내고 이를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 행복은 기본적으로 기쁘고, 기다려지고, 하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좋은 경험이란 놀이와 유사하다. 아이들이 어른보다 행복한 건 잘 놀기 때문이다.

<오티움> by 문요한


나를 포함하여 세상의 모든 부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행복은 비생산적이고 비경제적으로 보이는 육아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무기력해지거나,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날 때면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는데, 바로 '공헌'이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어떤 상태든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살아있는 것만으로 타자에게 공헌할 수 있다

<마흔에게> by 기시미 이치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행복이 되고, 아이가 내 옆에서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된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닫고 후회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것만으로 누구에게 '공헌'할 수 있다면, 우리 모두는 행복의 시작점에 서 있는 것이다.


"살아 있어 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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