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소중한 경험, 가정보육

- 육아로 힐링하기

by 생쥐양

1. 위기를 기회로 만들다

2019년 11월,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코로나 바이러스. 사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고, '이 또한 금방 지나가겠지'라고 안일하게 대처하며 일상을 보냈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목표가 하나 있었는데, 연년생 삼 남매를 모두 유치원에 보내고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여 운동도 하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보자 마음먹었었다.


그래서 코로나 19로 세상이 들썩거렸고 유치원에서도 1~2명씩 확진자가 생겼었도 '나'를 위하여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냈지만,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결단이 필요했었다. A4용지를 꺼내어 1. 나에게 자유시간이 왜 필요한지? 2. 유치원을 왜 보내려고 하는지? 3. 가정보육이 무엇인지? 에 관하여 하나씩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갔다.


나는 '자아를 성찰'하는 데 있어 '쓰는 것' 만큼 돈도 안 들면서 집중하기 좋은 전략은 없다고 생각한다. A4용지가 두장이 넘어갈 때쯤 나의 '육아현장'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었고, 세장을 마무리할 때쯤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이 제대로 육아하기 좋은 기회"라는 걸 말이다.


2. 해봐야 안다

무엇보다, 나의 경우 육아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있었다. 출산하고 몸조리를 할 틈도 없이 둘째, 셋째를 낳다 보니 하루 24시간이 휘리릭 지나갔고, 오늘이 무슨 날인지 달력을 봐야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기저귀 갈고, 이유식 만들고, 나 먹을 거 챙기고, 애들 먹을 거 챙기고, 빨래하는 등 수많은 일거리가 하루 안에 벌어졌다 정리되는 경험을 하다 보니 다양한 체험, 사회성, 학습과 같은 것들은 사실 많이 신경 써주지 못했다. 하루를 버티고 견디어 무사히 지나가는 것만이 나의 '육아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에서 엄마인 내가 신경 써주지 못한 것들을 대신해주길 바랬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아이들끼리 어울리며 사회성도 기르고, 놀러도 다니고, 한글도 떼고 영어도 배우는 것들 말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경험들은 흔히 집에서도 똑같이 제공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만일 여러분과 아이가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면, 굳이 유치원을 찾아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놀고 싶어 하고, 놀이 중심의 프로그램이 제공할 수 있는 활동들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 하면, 굳이 유치원을 피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by 라히마 볼드윈 댄시


중요한 건 기본적으로 나는, 스스로 해야만 한다고 규정해놓은 집안일에 지칠 때면 육아로 힐링을 받는 사람이었다. 또한 세 아이와 집에서 부 때기며 지내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었다. 그리고 '육아란, 직접 해봐야 안다'라고 믿는 사람이었기에 코로나로 들썩이던 2020년 7월, 유치원 퇴소를 결정하였다.


아이들이 걸음마를 막 배우고, "음마~압빠~"를 말하기 시작하던 영아 시기의 가정보육은 배고프면 밥 주고, 울면 달래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만이 전부였다면, 유아시기의 가정보육은 좀 더 세밀한 엄마의 주의가 필요했었다.


그래서 내 아이에 대한 많은 공부와 육아의 노하우가 필요했었는데, 나의 경우 다음과 같은 법칙을 세웠었다.

1) 집안일에 돈 쓰기

- 무엇보다, 하루 일과의 우선순위에 집안일을 제외하기로 했고, 가장 먼저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를 장만하였다. 기계가 해주지 못하는 집안일도 꽤 있었는데, 이불 정리 및 장난감 정리와 같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는 칭찬스티커를 붙여서 50개를 모으면 용돈으로 5천 원을 주기도 하였다. 경제개념은 없었지만 5천 원으로 다이소에 가면 장난감 2~3개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나에겐 꽤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2) 하루 생활계획표를 '유치원' 일과에 맞춰 생활하기

- 가정보육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제일 염려스러웠던 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였다. 그래서 유치원 일과대로 생활의 리듬을 만들었다. 기상시간, 식사시간, 놀이시간, 취침시간을 정해놓고 아이들을 이끌었는데 어느 순간 '시간'에 대한 강박이 심해져 이는 포기하였다.

자꾸 가정보육을 하는 이유를 잊어버릴 때마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를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이들이 자고 싶을 때 자고, 자고 싶을 만큼 푹 자고 스스로 일어나며, 놀고 싶을 만큼 놀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라는 걸 말이다. 또한, 엄마인 내가 '나중에 초등학교 가서도 이러는 거 아니야?'라는 염려와 걱정이 앞서서, 아이의 본능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크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결국 아이들은 모두 잘 해낸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3) 아이와 함께 바깥 놀이를 나갈 경우, 읽고 싶은 책 챙겨가기

-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 내 시간은 없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이 앞선다면, '시간이 없어서'가 문제인 게 아니라 '시간 활용을 못하는'게 문제일 수 도 있다는 걸 점검해보길 바란다. 나의 경우, 독서와 운동할 시간을 만들고 싶었던 터라, 아이들을 재우고 난 후나 새벽 기상이라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 목표를 세우긴 보단,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빈 시간을 찾아보고자 시도했다.

그래서 바깥 놀이를 나갈 경우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챙겨가거나, 집안에서 아이들이 놀 때는 식탁에 앉아 책을 보기도 하였다. 책 보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가끔은 핸드폰 전원을 꺼놓기도 했다.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도 아까웠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바깥 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그 옆에서 뜀박질을 하거나 걷기 운동을 하는 등 틈새운동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보면 만보를 걷기도 하고, 심박수가 130에 달하는 등 나름 효과적인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렇게 시간을 활용하다 보면, 여유롭게 책을 읽을 때보다 집중이 잘되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게 되며, 아이들과 보내는 가정보육이 지루하지 않게 된다. 결국 '나 하기 달린 것'이다.


4) '양'보다 '질'적인 놀이하기

4계절을 2바퀴 돌며 아이와 함께 보내다 보니, 가정 보육하기 좋은 날씨와 나쁜 날씨라는 게 있었다. 평소에 덥거나, 비가 오거나, 춥거나, 미끄러운 날씨는 나쁜 날씨라 여겼는데, 가정보육을 하면서 '나쁜 날씨' 같은 건 없다는 걸, 오히려 이런 날씨일수록 바깥놀이를 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뇌켄의 책임자인 헬레 헥크만은 "나쁜 날씨라고 하는 그런 것은 없다. 오직 더러워진 옷이 있을 뿐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by 라히마 볼드윈 댄시


그러다 보니,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매일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게 되었는데, 우리의 선택은 '산책'과 '등산'이었다. 다행히 집 앞에는 호수공원과 산책로, 숲 놀이터가 잘 구비되어 있어서 집에서 입던 옷 그대로 혹은 비옷을 챙겨 입고, 물병을 메고 매일 집을 나섰다.

어느새 아이들은 나보다 '길'을 잘 찾아가며, 4계절마다 변해있는 산책로의 풍경을 관찰하며 조금씩 성장해갔다. 매번 다양한 장소를 가는 것보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찾다 보니 좋았던 점은, 모든 것을 '몸'으로 부딪혀본다는 거였다. 어느 장소에 어떤 나무와 풀들이 나부껴 있는지 알기에, 나뭇가지를 모아 인형 집도 만들고, 풀을 엮어 반지도 만들면서 너무도 편안하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세상과 자신을 연결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까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한 미술관이며 전시회에 갈 필요도 없이, 직접 자연의 색감을 눈으로 보고 만지며 느꼈기에 '하늘'은 꼭 파랗지만은 않다는 걸, '메뚜기'는 초록색만 있지 않다는 걸 아이는 마음으로 저장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색채를 경험하게 하는 미술활동은 어린아이에게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경험은 어린 시절 내내 변형되어 갈 것이고, 나중에 여러 능력들로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아이의 첫 번째 선생님입니다> by 라히마 볼드윈 댄시


5) 교외로 나갈 시, 차량 40분 내외의 장소 선택하기

아주 가끔씩, 엄마인 나의 체력과 정신력이 80프로 채워졌을 때에는 아이들과 교외로 나가기도 하였는데, 이때도 나만의 원칙이 있었다. 차로 40분 내외의 장소만 간다는 거였다. 아무리 아이들이 놀기에 천국인 곳이어도 1시간이 넘는 곳은 가지 않았었다. 엄마인 내가 혼자서 아이들을 케어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데, 운전으로 인한 피로도까지 더해 "여기까지 왔는데. 왜 못 즐기느냐?", "재미있게 놀아"라는 잔소리는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정보육을 하면서 제일 만족했던 부분은, 평일 오전에 다른 아이들 모두 유치원 가거나 학교 가고 없기에, 어느 장소를 가든 그곳을 100프로 즐길 수 있다는 거였다. 그 말인즉슨, 엄마인 나도 편하게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놀다가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진' 않을지 신경 쓰느라 계속 아이 곁에 서 있거나, "조심해"라고 잔소리해야 하는 경우, 나의 몸과 마음은 쉬는 것도 노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즐긴다는 건 어쩌면, 그곳에 내가 편안히 있을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우리가 자주 갔던 교외의 조건 (1. 차량 40분 내외, 2. 화장실이 근처에 있을 것, 3. 몸으로 놀 수 있는 곳)에 부합했던 Best 3을 추천해보자면,

1. 담양 어린이 프로방스
2. 나주 금성산 생태숲 놀이터
3. 영광 물무산 행복숲 유아 숲 체험원


3. 단일반 vs 혼합반 고민, 그리고 결정

나의 1년 7개월간의 가정보육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우기에, '배움'의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걸 옆에서 보고 깨닫게 된 순간, 엄마인 나도 "자연스럽게 나아가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2022년에 다니게 될 유치원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다, 몇몇 유치원에서 '혼합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해당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상담을 진행해보았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기에 "유치원 하나 결정하면서 유난을 떨었다"라고 인정하고 싶다. 왜냐하면, 석 달간 유치원, 발도르프, 독일 교육과 관련된 책을 계속해서 읽고, 발도르프를 운영 중인 유치원을 찾아다니며 원장님과 상담을 하고, 내 아이의 기질을 다시 한번 기록해보고 따져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원장님께서는 "어머님, 혹시 교육 쪽 일을 하시나요?"라고 질문했고, 또 다른 분은 "어머님이 들려주시는 교육철학이 저희가 원하는 겁니다. 저희 원에 보내주시는 건 어떤가요?"라는 질문도 받아보았다. 지나고 보니, 그만큼 내가 지나치게 열정적이었다는데 웃음이 나기도 하고 고생했다고 안아주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작은 씨앗 하나 정도는 남겨두는 것 같다. 나의 석 달 간의 노력은, 나에 대한 '믿음'으로 자라났고 내가 무슨 결정을 하든 믿어주게 되었다. 2022년, 현재 아이들은 가정보육을 마치고 '혼합반'이 편성되어 있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큰 아이와 둘째는 같은 반에 소속되어 유치원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공유하고 있다. 친구든, 놀이든, 학습이든 같이 연결되어 함께 배우다 보니, 작은 아이는 큰 아이를 따라 하며 성장하고, 큰 아이는 작은 아이에게 도움을 주며 성장하고 있다.


나에게 '가정보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아이들, 옆에서 응원해준 신랑, 언제든 도와주겠다고 연락 오는 엄마, 그리고 코로나 19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육아로 힐링받던 그 시간들이, 지금도 돌아보면 징글징글하게 웃음이 난다. 그리고 온전히 '나의 경험'이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는 것 같다. 사실 눈물이 많이 난다. 겁이 많고 소심하고 수동적인 내가, 육아 하나로 이만큼 커가고 있다는 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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