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의 자화상이 의미하는 것
피카소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예술가입니다.
비난과 찬사가 항상 같이 하는 예술가 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질투에 가까운 비난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는 그림이 별로 예쁘지 않아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피카소가 왜 피카소인지 알게 되어가는 것 같아요. 미술을 넘어 그의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오늘은 그의 자화상을 한번 살펴보려고 해요.
자화상의 예술가라고 불리는 렘브란트나 반 고흐처럼 그도 자화상을 꽤나 남겼습니다.
묘사적인 부분만 보자면 어린 나이에 그린 자화상일수록 더 잘 그린 것 같지만 나이 먹어 감에 따라 자신의 화풍을 바꿔가며,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표현한 자화상들은 신선한 느낌을 준답니다.
15살 때 자화상부터 시작합니다.
어릴 적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던 만큼, 그의 실력은 매우 뛰어납니다.
묵직한 색채와 분위기가 피카소의 탄생을 알리는 듯합니다.
강렬한 눈빛에서 젊음이 주는 패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자신의 뚜렷한 화풍을 만들어가기 전 사실적인 묘사로 자신을 그렸습니다.
청색 시기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스페인의 신동이었던 그는 고국을 뒤로하고 예술의 본고장인 파리로 떠나 20대 초반, 무명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파랑 색채로 그려진 그림이 많아 청색 시기라고 불리는데요, 피카소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였지만, 그 만의 블루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듯합니다.
화가에게 자화상을 그린다는 것.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화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저 예쁘게 어려 보이게 그려지길 바라건만, 변화하고 발전하는 자신의 화풍을 기록이라도 남기려는 듯이 꾸준하게 그려온 피카소의 자화상을 보면 자화상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입체파 풍으로 그려진 자화상입니다.
정말 피카소다운 자화상이네요.
입체주의의 시작은 피카소에게 큰 도전이자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카메라의 발명과 함께 예술가들은 사실적인 재현의 역할은 카메라에게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잘 그린 다하더라도 사진만큼 그대로 재현해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적 묘사에서 벗어나 '회화' 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예술가들은 치열한 고민에 빠졌고 피카소 역시 회화만이 할 수 있는 것, 대상을 그대로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본질을 담아내고자 연구하였습니다. 그 끝에 입체주의라는 미술사조가 탄생했습니다.
입체주의는 쉽게 얘기하자면 다시점을 하나에 캔버스에 담아 그린 그림들입니다.
대상의 본질을 그려내기 위해 여러 각도에서 본 시점들을 2차원의 캔버스에 표현하려다 보니 마치 분해도처럼 조각난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그의 작품 역시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본질'을 이해하려고 본다면 그 깊이와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입체주의의 담긴 의미처럼, 피카소는 자신을 바라볼 때도 하나의 시점이 아닌 다시점으로 바라봤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시선이 아닌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많은 것에 도전했던 것이 아닐까요.
자신을 하나의 틀 속에 가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미술의 모든 장르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카소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그리는데 80년이 걸렸다.
- 파블로. R. 피카소
그의 말처럼 말년에 그려진 그의 자화상들은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인 것 같아요.
그러게요. 저는 어린아이처럼 생각하지 못하니까 이쁘고 어리게 그려지기만을 바라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렇게 끊임없이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던 그가 92살이라는 인생 동안 남긴 작품은 무려 5만여 점이 됩니다.
피카소의 자화상.
따로따로 놓고 보면 이 그림들이 다 피카소 한 사람을 그린 그림이 아닌 듯이 다 다른 느낌과 화풍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심지어 1972년 한 해에 그려진 말년의 작품들도 다 다른 느낌이 듭니다.
자신의 자화상에 그려졌던 다른 모습들처럼 피카소는 계속 끊임없이 쉬지 않고 변하기를 바랐나 봅니다.
아마도 그가 남긴 자화상들은 멈추고 싶을 때 자신을 바라보며 "한번 더 나아가자" 다짐을 하기 위한 스스로를 위한 그림이 아니었을까요?
기본적으로 나는 특별한 스타일이 없는 화가입니다. 스타일은 종종 화가를 어떤 틀과 기법에 가두어 버립니다.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같은 방식으로 그리게 만듭니다. 지금 당신이 나를 보고 있는 순간에도 나는 변하고 있어요.
이미 다른 사람이 된 거죠. 나는 한 번도 멈춰 있던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에게는 스타일이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
- 파블로. R. 피카소
사람들은 피카소 그림은 기괴하고 그 만의 화풍이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 스스로는 스타일이 없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 변화의 DNA가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말들은 제가 더 나아가고 싶게 만들어요.
피카소는 저에게 도전이고 자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