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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Oct 01. 2020

나의 삶이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같기를.

조르주 쇠라_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신인상주의 화가로 평가받는 조르주 쇠라(1859-1891)의 대표작,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소개합니다. 

32살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그는 미술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합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모두 그랬듯이 쇠라 역시  캔버스 위에 "빛"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물감을 혼합하면 색이 탁해지고 혼합하지 않으면 원색 이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딜레마 속에서

쇠라는 19세기 과학자들이 발표한 광학 이론과 색채이론을 미술을 접목시켜 미세한 색점이 눈에서 혼합되어 보이게 만드는 점묘법을 만들어냈습니다.

화가였던 그가 과학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오직 자신이 그리고자 했던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1884-1886 , 207.5 x 308 cm, Art Institute of Chicago, Chicago, IL, USA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 가로 2m, 세로 3m가 넘는 대형의 그림을 완성시킨 쇠라.

수만 개의 점이 찍혀 이 작품에만 쓰인 시간이 2년이 넘는데

실제로 그가 미술사 속에 길이 남을 이 작품을 위해 그렸던 드로잉과 작품들은 60여 점이 넘습니다.


Study with Figures. Study for 'La Grande Jatte'. 1884-1885,   Art Institute of Chicago
sketch with many figures for sunday afternoon on grande jatte ,1884
La Grande Jatte, 1884, Private Collection
Woman with a Monkey, Smith College Museum of Art, Northampton, MA, USA


처음에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를 실제로 마주하게 되면,

우선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라고, (가로 3m, 세로 2m가 넘는 대형작품입니다)

일일이 점으로 찍어 그려진 작품이라는 것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오롯이 이 그림을 보고 또 보고 있노라면, 많은 인상주의자들이 빛을 연구했던 것처럼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점묘법을 만들어낸 쇠라의 미술사적인 위대함 이상의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가 어떠한 마음으로 어떠한 노력으로 이 것을 완성해냈는지 그에게 어떠한 간절함과 치열함으로 이 작업을 해 나갔는지 조금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에게서 배우고 싶고 닮고 싶은 것은,

점묘법 자체를 그려낸 저 솜씨. 저 기술, 저 재능, 과학을 회화에 접목시킨 그 스마트함 이상의

자신이 이루고 싶은 그 간절한 무언가를 위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끈기. 용기. 인내. 성실. 열정

그리고  의지와 믿음.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그의 진실한 노력이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명작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조용했던 쇠라는 비밀에 둘러싸인, 사생활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아래 그림에 존재하는 마들렌 크노볼로호라는 여성이 그의 연인 정도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Young Woman Powdering Herself, 95.5 x 79.5 cm, Courtauld Institute of Art, London, UK

그녀와 쇠라 사이에는 아들도 한 명 있었는데 그마저도 쇠라가 죽은 후에야 알려졌다고 합니다.

1891년에 쇠라는 전염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아들도 몇 달 뒤 같은 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불과 32세.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다면 더 많은 작품들이 남았을 텐데요.


그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더 소개해드립니다. 


Alfalfa, St. Denis, 1885-1886, 65 x 81.3 cm,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Sunday at Port-en-Bessin , Rijksmuseum Kröller-Müller, Otterlo, Netherlands


Port-en-Bessin Entrance to the Harbor, 55 x 65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USA
the eiffel tower, 1889, 24 x 15 cm, Fine Arts Museums of San Francisco, San Francisco, CA, USA

에펠탑이 준공되었던 해에 그려진 작품입니다.




쉽게 슬퍼지기 일쑤였던 한 시절에, 누군가가 저에게 


1분 1초를 즐겁게 보내고,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가 쌓여 일 년이 되어 결국은 삶 전체가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


라고 말했던 것이 늘 기억에 남아있는데, 쇠라의 작품을 보여서 이 말이 또 떠올랐습니다. 

쇠라의 한 점 한 점이 모여 명작이 탄생했듯,

긴 인생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애써, 그 시간이 켜켜이 쌓이다 보면 우리의 인생도 그 순간들이 모여 명작이 되지 않을까요. 



쇠라의 작품 앞에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실, 열심, 진실한 태도.

하나의 색을 더 온전하게 보여주기 위해 쇠라는 그 색점 주위에 찍힌 수많은 다른 색의 점들을 찍었습니다. 

쇠라가 한점 한점 찍었던 그 작은 점은 쇠라가 이루고 싶어 했던 꿈이 되고 빛이 되어 결과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 순간 한 순간은 어쩌면 긴 인생 중에 아주 점과 같은 작은 순간들이지만

그 작은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순간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한 사람의 인생이 되겠지요?


인생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정과 기분과 경험과 상황들이 마치 이 점처럼 느껴집니다. 

수많은 점들이 모여, 잔디를 만들어내고 연못을 만들어내고, 하늘을 만들어내어 결국 온전한 하나의 작품을 많든 것처럼 각자의 순간들이 모여 각자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쇠라의 작품처럼 다른 사람에게 위대한 평가를 받지는 않더라도

쇠라가 이 작품을 완성하고 느꼈던 것처럼 만족할만한 삶의 순간들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삶이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같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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