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결혼합니다

아들 결혼하는 날

by 안성미

뜬 눈으로 밥을 새웠다. 마음이 콩닥콩닥 뛰고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그렇게 새벽을 맞았다. 새벽 4시 30분경 일어나 머리를 감고 기본 로션을 바르고 간단한 먹을거리를 챙긴 후 식구들을 깨웠다. 너나 할 것 없이 잠을 설친 듯 1초도 망설임 없이 일어나 서로 씻으러 들어간다. 오늘은 아들 결혼하는 날이다.


이미 독립해서 살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는 함께 바로 뷰티숍으로 가고 혼주인 나와 남편, 작은 아들은 그곳으로 오전 8시까지 가야만 한다. 요새 결혼식에선 신랑, 신부만 화장을 하고 꾸미는 것이 아니라 혼주인 신랑, 신부 부모님까지 함께 화장을 한다고 하니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가는 장소는 늘 교통이 혼잡스러운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주말 이른 시간이지만 일찌감치 출발을 했다.


하늘에서 축복이라도 해 주듯 눈이 살짝 내렸지만 일찍 출발한 탓에 예정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다. 뷰티숍으로 들어간 순간 마치 도떼기시장을 보는 듯했다. 많은 예비 신랑, 신부들 부모까지 대략 30여 명이 흩어져 앉아있고 여기저기서 이름을 부른다.

"ooo신부 시어머니~"

"ooo신랑 아버님~"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희한한 풍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잡아당긴다.

"엄마, 이리로 오세요. 늦지 않으셨네요. 장인, 장모님도 일찍 오셨어요. 인사하세요."

큰아들이 이끄는 대로 정신없이 움직이다 얼떨결에 사돈 두 분께 인사를 했다.

"어머나~ 일찍 오셨네요. 오시는데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저희도 조금 전에 왔어요. 이른 시간에 이렇게 뵙네요."

아들과 며느리는 연신 이쪽저쪽을 오가며 부모들을 챙기면서 화장을 하고 예식장에 가지고 갈 예복과 드레스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꽃단장을 하니 신랑, 신부는 말할 것도 없고 그의 부모들도 어느 연예인 못지않게 단아하고 이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시 예식장으로 이동을 하고 하객 맞을 준비를 했다. 남편과 나는 쭈뼛쭈뼛 서 있는데 갑자기 친척들과 지인들이 몰려온다. 오랜만에 뵙는 분들, 길 멀다 하지 않고 오신 분들의 축하인사는 끊임없이 쏟아졌다. 아들 회사동료들과 친구들이 오면 아들은 친절하게 우리에게 소개를 시켜준다.


"엄마, 이 분은 저희 회사 과장님이시고요."

"아빠, 얘는 고3 친구 ooo 예요."

한분 한분께 감사하다며 인사하는 것이 너무 즐겁고 입꼬리가 연신 귀에 걸린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니 여기서도 연예인이 된 듯하다.


신랑신부.png


본격적으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안사돈과 나는 한 손을 꽉 잡고 다른 손으로는 하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입장을 하는데 박수와 환호가 들렸다. 결혼 화촉을 밝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후 아들이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씩씩하게 입장을 한다. 당당한 모습에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실 아들은 뇌출혈을 두 번 겪은 아이다. 기형혈관이 있어서 20대에 크게 쓰러졌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완쾌되었지만 그때 생각을 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 혹여라도 결혼식에서 주책없이 울음보가 터질까 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울음보가 터진 곳은 다름 아닌 사돈댁이었다. 바깥사돈이 축사를 읽으면서 딸을 시집보내는 아빠의 마음을 얘기하는 중에 급기야 목이 멘 것이다. 그것을 듣는 하객들도 절절한 아빠의 마음이 전달되어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렸다.


기념촬영을 하고 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러 다녔다. 어느 정도 인사를 마친 후에 신랑, 신부, 혼주들의 식사가 마련되어 있는 곳에 앉았다. 진수성찬 음식이 차려져 있지만 제대로 맛을 느끼지 못하고 거의 절반 이상은 남겼다.


아들, 며느리는 지쳐서 진이 빠져있다가도 간혹 간다고 인사하는 분들이 오면 벌떡 일어나 웃으며 배웅을 하는 모습이 대견했다.




결혼식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이 내 손을 잡으며 하는 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도 같은 마음이다.

"나도."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터득했다. 인생이 고단하고 참으로 힘들었다. 정말로 삶을 포기하고 싶었고 시행까지 하려 했지만 멈추게 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바로 내가 사랑한 사람, 나를 사랑한 사람 가족이다.


구구절절이 가족의 아픈 사연과 상처를 끄집어내서 세상에 공개했다. 누구 하나 쉽게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내 가족 역시 저마다 자기가 받은 인생의 고됨을 잘 견디고 살았고 진행 중이다.


나의 사연들이 혹시 지금 가족으로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이 세상은 살아갈 수 있다. 용기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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