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고 싶다(4)
전화를 끊고 병원으로 달려가는데 머리에 계속 맴도는 말.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서 너 키웠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시간을 돌이키고 싶지만 이미 내 입에서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가 없었다. 부모는 죄인이고 자식은 상전이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부모는 자식 위해 못할 게 없다. 그것을 자식이 알아주던 못 알아주던 게 의치 않는다. 부모가 되어 반백년 살아보니 비로소 알게 된 진실이다.
또한 부모라는 사람들은 자식이 아무리 힘들게 해도 자신을 탓하지 자식을 탓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식은 부모가 힘들게 하면 "왜 나를 못살게 구냐고?" 당당하게 소리친다. 그리고 구구절절이 생색 내기를 좋아한다. 마치 내가 그랳던것처럼.
부모가 되어 최선을 다해서 키웠다지만 아이들은 과연 그렇게 생각하고 만족할까? 나이 들어 보니 잘해준 것보다는 미안한 게 많은데 내 부모님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난 나의 부모에게 참 이기적이었고 못됐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에게 듣지 말아야 할 말을 듣고 돌아가던 중 아빠는 운전 중에 기절하셨다. 병원에 실려갔고 그 후로는 걷지 못하셨다.
몇 년 후 아빠는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한 손에는 지팡이를 의지하고 불편한 몸으로 기념쵤영을 하는데 앞에 많은 사람이 있어도 나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항상 그랳다. 어디를 가도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녔고 무엇을 해도 내가 최우선이었다. 어렸을 적 놀다 들어오면 꼭 내 손을 어루만지며 좋아하는 아빠의 웃는 모습이 기억난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늘 사랑받은 기억 때문이었는지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 했다.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니 아마도 그것 때문에 때론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을 했을 수도 있었겠다.
몇 년 후 병원에 누워있는 앙상한 아빠 손을 꼭 잡고 난 말했다. 마치 어릴 적 아빠가 내 손을 잡고 얘기한 것처럼.
"아빠. 사랑해. 나 키워줘서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해 줘서 진짜 고마워. 아빠 때문에 난 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눈에서는 한없이 눈물이 흘렀지만 귀에 대고 쉬지 않고 얘기했다.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사람의 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도 귀는 얼마동안은 더 들을 수가 있다고들 하기에. 그러던 어느 순간 아빠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내 얘기를 다 들었다고 대답하는 것처럼.
내 책상 앞에는 휠체어에 앉아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의 사진이 있다. 언제나 나를 응원한다고.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다.
며칠 동안 잠을 못잤는데 밤에 마시는 은은한 커피 향이 좋다. 아빠도 커피를 좋아했는데...
아빠! 보고 싶다. 그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