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보고 싶다(3)
망치사건으로 내가 엄마의 보호자로 나선 이후 아빠의 세간살이 던지는 행동은 없어졌다. 우리는 아무 일 없이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한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니 아빠의 신경질 내는 행동에서 나는 자유로워졌다.
세월이 흘러 내 나이 30대 후반쯤 어느 날 아빠가 나를 찾아왔다. 얼굴이 밝지 않은 모습이 예전 중학교 시절 빵집에서 보았던 그 표정이었다.
"oo야, 엄마랑 헤어지려고 한다. 도저히 살 수가 없어. 나 혼자 떠나고 싶다."
"......"
마음이 답답하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왜 착한 엄마랑 못살겠다고 하는지, 당신 멋대로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지금껏 살았으면서 또 헤어지겠다고 하는 아빠가 순간 미웠고 이해가 안 됐다.
"아빠! 아빠 나이가 몇인 줄 아세요? 낼모레면 70이에요."
"......"
무언가 결심한 듯 비장한 얼굴로 아빠는 말했다.
"네가 아기였을 때 난 집 짓는 일을 했었지. 없던 자식도 생겼으니 더 열심히 살려고 했다. 그래서 일이 되는 곳 어디나 찾아다녔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어."
"......"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일하던 일정이 어그러지면서 집에 오게 되었는데. 당신이 데리고 있던 후배가 집에 있더란다. 왜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여기 있냐고 물어보는데 둘 다 머뭇거리는 모습에서 아빠는 눈이 뒤집혔다고.
그리고는 엄마를 사정없이 때렸고 동네 사람들 신고로 엄마는 응급실에 실려가고 당신은 경찰서에 들가고.
......
그리고 이혼했는데 여우 같은 외할머니 때문에 다시 살게 되었다고.
내가 결혼할 즈음에 혹시라도 부모이혼이 흠잡힐까봐 혼인신고를 다시 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얘기도중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우는 모습에 난 담담하게 들었다. 장독대에서 어린 시절 외할머니가 놀라운 비밀을 이야기해 줬을 때도 마음의 동요가 없었듯이 그때도 그랳다.
내 머리에는 그동안의 엄마가 가끔 들려줬던 이야기와 사건들이 마치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완성해갈뿐.
엄마는 아빠가 던진 옷가지를 빡빡 빨면서 늘 말했다.
"저 인간이. 나를 죽어라 때려서 입에서는 구토가 나고 머리는 피가 철철 흘러서 응급실에 간 걸 생각하면..."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랐던 나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았던 것이다.
아빠는 엄마를 무척 사랑했다. 사랑이 큰 것만큼 배신감도 커서 그 일이 용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불쑥 과거의 일이 생각나면 엄마를 괴롭히는 일로 화풀이를 했던 것일 뿐.
그런데 아빠의 고백을 들었던 그때 난 마음의 생각주머니가 아주 작았다. 매몰찼고 못돼게 말했다.
"그냥 사세요.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요. 좋아서 사는 부부들 별로 많지 않아요."
몇 년이 흘러서 아빠와 크게 다투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내가 퍼부었다. 그날은 엄마도 함께 있었는데 40년간 마음의 한스러웠던 얘기들을 쏟아내며 마구마구 화살을 아빠에게 던졌다.
"부모로서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냐? 키워주면 다냐? 적어도 나이 들어서는 자식한테 짐이 되지 말아야지. 왜 자꾸 나를 괴롭히냐?"
하는 등의 말도 안 되는 말을 퍼부었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미쳤었다. 나의 악다구니를 다 들은 아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서 너 키웠어."
그리곤 엄마를 잡고 나가셨다.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으니 들려오는 말
"ooo님 따님이신가요? 여기 ooo병원 응급실입니다. 지금 ooo님 뇌출혈로 쓰러지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