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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나 Aug 12. 2020

지증왕의 울릉도 정복으로 외워보는 한자 皇(임금 황)

한국사 편(삼국시대)

(9)신라 지증왕 울릉도를 정복하다(513년)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고대 국가로의 발전이 다소 뒤처졌던 탓에, 타국에 비해 늦은 편인 6세기나 되어서야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신라의 22대 군주인 지증왕(500~514)은 6세기의 첫 번째 왕으로서 64세라는 늦은 나이에 임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증왕은 백발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체제 정비 사업과 호를 바꾸는 등 젊은 왕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쳐, 신라의 전성기를 열고 삼국 통일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지증왕은 중국의 제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훌륭한 업적들을 남겼습니다.


 우선 지증왕은 즉위 초인 502년부터 중국 남북조 시대의 국가인 북위에 사신을 보내, 중국의 발전된 제도와 문물을 참조하여 신라의 제도와 체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했습니다. 그 첫 시작으로 발달된 농사기술을 받아들여 농사에 소를 이용하는 ‘우경법’을 실시했고, 수리 사업을 벌이는 등 농업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가 경제의 내실을 다졌습니다.


 또한 중국식 국호(나라의 이름)와 왕호(임금에 대한 명칭)를 도입해 ‘신라’라는 국호와 ‘국왕’이라는 왕호를 처음으로 사용했습니다.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식 칭호를 따라서 최고 지도자를 부를 때 ‘왕’이라는 왕호를 사용해왔는데, 신라만이 여태껏 이사금·마립간 등 고유의 왕호를 고집해왔던 것입니다. 연맹 왕국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쓰였던 초기의 왕호들에서 ‘국왕’으로 왕호가 바뀐 사건은 모든 권력이 왕에게 집중되어 신라가 중앙 집권 국가로 새롭게 거듭났음을 백성들과 주변국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사로·서벌·신로·서라·사라·서나·서야 등으로 불렸던 기존의 나라 이름을 ‘신라’로 확정 지은 것도 지증왕 때의 일이었습니다.


 지증왕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방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전국을 주·군·현으로 나누는 ‘주군 제도’를 정비하여 왕의 명령이 먼 지방까지도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수도인 금성(지금의 경주)의 동쪽에 ‘동시’라는 시장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관청으로 ‘동시전’을 설치해 나라의 상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했으며, 당시 유행했던 순장 제도를 금지시킴으로써 백성들의 억울한 죽음을 막고 노동력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습니다.


 다양한 개혁들이 결실을 맺어 왕권과 국력이 어느 정도 강해지자 지증왕은 이를 바탕으로 영토 확장과 정복 사업에 나섰습니다. 512년 이사부 장군을 지방 관리인 군주로 파견하여 지금의 울릉도에 터를 잡은 섬나라 우산국을 정복하여 신라의 영토로 복속시켰습니다. 이후 이사부 장군은 지증왕을 거쳐 23대 법흥왕(금관가야를 복속시킴) 24대 진흥왕(대가야를 멸망시킴)까지 여러 훌륭한 왕들을 받들어 신라 전성기 때의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처럼 지증왕의 울릉도 정복은 이후 6세기에 걸쳐서 이루어질 신라의 비약적인 발전을 예고하는 일종의 신호탄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앞으로 나올 한자를 익히는 법     

 앞서 나온 이야기를 요약한 문장 속에서 빨간 색깔로 표시된 글자를 순서대로 읽으면 우리가 배울 한자의 음과 훈이 됩니다. 문장 중간중간에 들어 있는 부속 한자들을 순서대로 모으면 우리가 배울 한자의 모습이 완성됩니다.              


>>‘신라 지증왕’으로 외워보는 한자 : 皇(임금 황)

 비록 64세라는 늦은 나이에 임금이 되었지만 백발을(白 흰 백) 휘날리며 왕(王 임금 왕)호를 바꾸는 등 젊은 왕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펼친 지증왕은 중국의 제에도 결코 뒤지지 않을 훌륭한 인물이었다.

예시) 皇帝(황제), 敎皇(교황), 皇太子(황태자), 玉皇上帝(옥황상제)     


※신라 왕호의 변천사

 고구려와 백제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식 칭호를 따라서 ‘왕’이라는 왕호를 사용해왔는데, 신라만이 고유의 왕호를 고집해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역사를 하나라도 더 기억하는 건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기에, 간단히 순서나 외워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일단 아래에 신라의 왕호를 순서별로 나열하겠습니다.


①거서간(1대 박혁거세)-②차차웅(2대 남해 차차웅)-③이사금(3대 유리 이사금부터)-④마립간(17대 내물 마립간부터)-⑤왕(22대 지증왕부터)


 보시다시피 위에서 나열한 각 왕호의 앞 글자를 모아 보면 ‘거·차·이·마·왕’이 됩니다. 이것을 가지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기리며 문장을 만들어봤습니다.


장의 나는 품격을 확실히 보여준 마왕 신해철.


이 문장으로 순서를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신라의 마지막 마립간은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증왕입니다. 즉, 왕권강화를 통해 '마립간'으로 불리던 왕호를 '왕'으로 바꿔버린 지증왕은 최후의 마립간인 동시에 최초의 왕이기도 합니다. 또한, 지증왕의 ‘지증’은 죽은 왕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인 ‘시호’이며, 신라에서 최초로 시호를 사용한 인물 역시 지증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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