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욕하는 여자 Mar 18. 2016

만남

사람을 만나는 것.

사람을 만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일상에서 항상 만나던 사람에게 질려버릴 때

새로운 만남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사실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코드가 맞는 이를 찾는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 같다.

만남을 시작하는 것부터 나에겐 어려운 일이니까.


대학 시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마치 취미처럼 설렜던 나는

대외활동을 자주 알아보는 편이었다.

누군가는 술자리에서 그것도 역마살의 일종이지 않겠냐는 말을 한 적이 있었고

꽤나 그 말에 공감한다 지금도.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십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나의 성격은

많은 사람들처럼, 초반에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거 자체가 일종의 과제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 과제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될 때는 신청해놨던 대외활동을 번번히 깨버리기도 했고.


대학생에게 대외활동은 어쩌면 스펙을 위한 필수코스이고 

사람을 만난다기 보단 경력을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스펙을 쌓고 취직을 해야하는 대학생이 아니었기에

내 대외활동의 목적은 사람과의 만남이 대부분, 아니 전부라고 볼 수 있다.


모르는 누군가와의 새로운 만남 전 나는 꽤 거대한 걸 기대했었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 다른 걸 보고 다른 걸 느끼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얘기해보면

또 다른 인생을 발견하는 희열이 엄청날 것 같았다. 

나와 다른 이를 찾고 그 사람과 나의 공통분모를 맞춰보고 다른 점은 경청 하는 것.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해보고 나니 참 허무하다.

생각보다 사람 사이의 인연에서 많은 기쁨을 찾지도 못한 것 같고

시간이 흐르면 결국 없어질 인연도 많기에 회의감이 든 적도 많았다.

물론 그 중에서도 괜찮은 인연들이 영글어갔기에 지금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거겠지만,

기대하면 실망하는 불변의 법칙 때문인지 항상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고 오면 허전한 기분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나에게 진심을 대하지 않은 것도, 내가 그에게 진심을 대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인연이라는 게 진심만 가지고선, 그리고 현재만 가지고선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흐르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자기 생의 주인이자 예술가라면

예술가는 고독해야 작품을 만들고 인간은 함께 해야 살아가는 것이라는 패러독스가

너무도 절절하게 이해될 때,

나도 좀 컸구나라는 생각에 씁씁한 대견함이 묻어난다.


그래도 나는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말고 사람을 기대했음 좋겠다.

삶이 팍팍해 누군가와의 만남이 그와의 이해관계로 동치된다하여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무조건적인 감사함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애매한 H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