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3박4일,
그리고 퇴원후, 사나흘을 힘들게 지내고
이제 기운을 회복하고 나니 지난 열흘간의
일들이 까마득한 과거의 일처럼 가물가물
하기에 조금이라도 기록을 해 놓고 싶구나.
5월 25일: 외래 진료.
폐에서 떼어낸 종양의 조직 검사 결과,
췌장에서 폐로 전이 된 암이 맞다는 것,
그리고 혈액에서는 암수치가 정상인과
같다는 다소 의아한 내용.
이 경우의 치료 방향은 항암 치료를
먼저하고 나중에 수술을 하는 것.
항암치료는 3박4일간 입원하여
항암주사를 맞고, 퇴원하여 열흘간
쉬었다가, 다시 입원하는 것으로
몇 차에 걸쳐 해야하는지는 아직 알 수없음.
3박4일간 엄마를 지키겠다고 고집하는
큰딸과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음.
25년간 해오던 역사수업을 모두 종료함.
사랑하는 두 딸과 피자로 저녁식사.
식당 앞 대기하는 의자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음.
5월 26일 : 오후 늦게 입원. 밤 10시에 CT ,
X-RAY, 혈액검사
5월 27일 : 4가지 약으로 구성된 폴피리녹스를 맞기
시작. 플루오로우라실, 이리노테칸,
류코보린을 4시간 맞고, 옥살리블라틴을
48시간 맞아야 함.
손끝, 발끝이 찌릿찌릿, 음식을 입에 넣으면
양쪽 어금니 부분에서 레몬을 먹었을 때 처럼
시려옴. 메스꺼운 증상으로 저녁식사는 못했음.
5월 28일 : 새벽에 구토. 온갖 냄새에 민감해 짐.
특히 음식냄새가 역하여 병원 급식 시간마다
휴게실이나 정원으로 피함. 누룽지,
카스테라, 떠먹는 플레인 요쿠르트로 끼니 해결.
5월 29일 : 다음 항암 때 부터 혈관 주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쇠골 아랫 부분에 케모포트를 시술함.
부분마취를 하고 시술하는데 단 25분 걸림.
모든 냄새가 역겨움. 간호사가 올 때마다 쓰는
손소독제 냄새마저도. 저녁 7시 퇴원.
5월 30, 31일 : 김치냄새, 밥짓는 냄새가 역한 것이
마치 입덫하는 사람과 흡사함. 작은 딸이
두 가지 스프와 빵, 콩샐러드를 해왔는데
차거운 콩샐러드가 그나마 먹기가 괜찮았음.
따뜻한 음식은 구토감이 심해져서 메밀국수,
물냉면을 먹고 감자 스프는 차거운 상태로 먹음.
6월 1일 : 공복 상태에서 구토감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조금씩 수시로 군것질하려고 노력함.
6월 2일 : 평소에 잘 먹지 않던 고기가 당겨 등심을
구워먹었는데 메쓱거림이 가라앉는 것 같았음.
이후, 3일간 매일 식사 때 마다 고기를 먹고
기운을 차리기 시작.
6월 6일 : 자주 피곤해 지긴 하지만 거의 완전히 정상 상태.
참 인체는 신비하지 않니?
단백질을 파괴하는 항암제가 들어가니 고기가
당기니 말이야. 암세포를 포함한 모든 세포는 죽고,
정상세포가 다시 살아나려고 내게 신호를 보내는 거야.
그리고 체력을 비축해야 2차 항암을 견딜테니까.
그러니 몸이 원하는 것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지.
요즘은 식사때 마다 생각해.
식욕이 있다는 것, 음식이 맛있다는 사실만큼
고마운 일도 없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