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왕고래 Mar 17. 2022

'전화로 업무 소통하는 사람'을 피해야 하는 이유

빈번한 전화, 그는 당신에게 피해를 끼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후배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빈번하게 전화로 업무 소통하려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망쳐라!'라는 말이다. 이런 경우 누구든 조심하라고 일러준다. 그게 협력업체의 직원이든, 직장동료이든 말이다. 사실 이 조언은 내가 십수 년 전 입사했을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가르침이다. 존경하는 국장님이 늘 강조하시던 말씀이기도 하다. 사수를 비롯한 선배들 역시 지겹도록 말했다. 그러다 이제는 비로소 나까지 주변에 설파하고 다닌다. 




이걸 뼈저리게 느꼈던 사건이 있다. 늘 전화로 소통하던 거래처의 과장 한 명이 터트린 일이다. 그 사람은 늘 내가 한 적이 없는 이야기를 떠벌리고 다녔다. '본인은 분명히 그렇게 전달받았다'며 이리저리 소문을 냈다. 처음에는 '내 실수였을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아무리 곱씹어도 이상했다. 유독 그 과장과 엮이면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니 말이다.


소통은 분명 우리 둘이 함께 했다. 그런데 서로의 상사에게 보고된 행사의 날짜/장소 등 모든 정보는 각기 달랐다. 그럴 때마다 그 과장은 "왜 자꾸 일처리를 이렇게 하느냐"며 소리치곤 했다. 특히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방법을 바꿨다. 이후부터는 그자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동료 직원들도 들을 수 있게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 그리고 일정과 장소 확인 메일을 재차 발송해두었다. 나중에는 '본인은 메일을 잘 읽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길래, 카톡과 메시지로도 협의내용을 보내기 시작했다. 정말 계속해서 보냈다.


얼마 안 가 또 사달이 났다. 그 과장은 '우리가 상호 협의한 행사의 집기 디자인이 모두 잘못되었다'며 전화를 해왔다. 그의 특징은 항상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요란을 떤다는 것이었다. 그자의 사무실 모든 사람들이, 마치 우리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게 만들려는 계획이었을 테다. 본인의 책임 회피, 그게 소란스러운 그의 목표였다. 줄곧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내지 '왜 자꾸 일처리를 이렇게 해서 저희를 힘들게 하세요!' 등의 말들이 쏟아진다. 이후에는 '제가 해결할게요, 팀장님!'과 같은 멘트를 옆 자리 상사에게 날린다. 전화로 그 내용들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오자 우리는 치를 떨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없이 보낸 증거 메시지들이 있었다. 그리고 통화를 같이 들었던 동료직원들까지 함께였다. 나의 무죄는 이렇게 해서 겨우 입증이 되었다. 이걸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과장은 '메시지나 문자를 보내면 다 인가요?'라며 적반하장으로 나왔지만, 그자의 상사는 지성인이었다. 거듭 우리에게 사과를 하며 다시 행사내용을 정정했다. 




앞서 언급한 나의 경험 외에도 몇 가지 이유들이 더 있다. 처음 선배들이 일러주었던 '대표적인 사례'들은 날이 갈수록 더 수긍이 간다. 


첫째, 일처리가 더디고 급하게 요청하는 사람들이 전화를 한다. 실제로 요즘 전화를 받는 대다수의 건들은 '협조'보다는 '부탁'에 가깝다. 그것도 굉장히 긴급한 요청들이다. 당장 오늘까지 처리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들이 가득하다. 당연히 천재지변이나 어떤 사고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수긍이 간다. 그러나 전화 내용을 들어보면 아니다. 결국 본인의 실수이거나, 미처 잊고 있다가 시기를 넘겨버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둘째, 정리를 잘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사람들이 많다. 보통 회사 간(혹은 회사 내)에서의 업무들은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전화로 빨리빨리 결정해버리려고 하는 것은 '신속함'보다는 '혼란함'에 가깝다. '행사' 하나만 하더라도 그렇다. 전체적인 일정과 시기 / 행사 프로그램 / 장소 등 논의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이걸 반복된 전화로 그때그때 정리할 순 없다. 보기 좋게 정리해서 메일 및 서면으로 깔끔하게 협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자 =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자'이다. 자기 일에 자신이 없고 늘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을 좋아할 확률이 높다. 이런 사람들은 회피할 궁리만 모색한다. 그렇기에 항상 경계하고 긴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주 얽히지 않도록 최대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전화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메일이나 메시지 혹은 서류를 발송한 뒤, 확인을 요청하는 것은 오히려 반갑다. 놓치거나 잊혀진 일들이 없도록 더블 체크를 해주는 정도라면 되려 고마운 일이다. 또한 무턱대고 전화를 피하는 것 역시 잘못된 태도다. 전화가 그 어느 것보다 요긴히 사용될 때도 있다. 간단한 정보나 담당자(부서) 확인 정도라면, 당연히 전화로 묻고 가볍게 해결하는 것이 옳다. 


결국, 모든 수단은 적합한 방향을 찾아 현명하게 사용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남발해서 좋을 것이 없고, 아예 기피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이든 결코 회피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커뮤니케이션 과정 중 발생한 모든 것들은 결국 본인 '책임'이다. 그걸 '회피'하는 순간부터는 '내가 회사에서 존재해야 할 명분'을 잃게 된다. 직장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하는 일은, 결코 '척'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전 15화 '착한 팀장' 이용해 먹는 '못된 팀원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