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별동대'라고 불리는 우리의 모임, 그곳에서 국장님으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신께서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유형의 사람이 '시기와 질투가 많은 자'라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물론이고 친구사이 등 모든 관계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사람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는 이내 그들을 선별하는 법이라며 노하우를 전해주셨다.
좋은 소식(일)을 조금씩 천천히 보여주는 것
이것이 국장님이 말씀하신 심플한 방법이다. 그들을 선별하기에도 용이하고, 또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에도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내용인즉슨 이렇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남 잘되는 꼴' 내지 '남 좋은 일'을 보면 자꾸 이슈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질투로 인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남의 공을 비하하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그런 일을 가로채고 싶어 하기도 한다는 후문이다. 이에 국장님이 보았을 때는 이 사람들이 조직 기강을 가장 해치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흐린다는 것.
하여 그들에게 좋은 소식이나 일 따위를 아주 조그만 것부터 서서히 밝히라는 것이 골자다. 그러다 보면 이들이 갖고 있는 질투/시기심의 한계치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이를 테면 다음과 같다.
1) 그냥 좋은 일 2) 축하받을 만한 일 3) 엄청나게 좋은 일 4) 대단한 성과를 달성해 큰 성공을 거둔 일 등 여러 기준에서의 '좋은 소식'을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공개한다. 그러다 보면 그들이 어느 때에는 반응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럭저럭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지표를 토대로 그들을 얼마만큼 경계해야 하는가 기준점으로 삼으라는 말씀이다. 보통의 용인되는 수준의 사람이 있고, 그 정도가 매우 심해 기피해야 하는 자도 있다는 것.
하기사 현 국장님이 예전 '팀장님/과장님'이셨을 때에도 유독 좋은 일들에 무감각하고 조용히 넘어가시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는데, 지금 보니 참 현명한 대처를 하셨던 것 같다. '임원'이 되기 전에는 본인이 인사고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거나, 해외연수자로 선정되었거나, 주요 부서 요직으로 가게 되었을 때의 상황들에서 이 사실을 웬만하면 따로 언급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는 모습을 봐왔다. 좋은 일은 빨리 알려질수록 더 구설에 오르기 쉽다는 게 국장님의 설명이었다.
최근 임원이 되시고 나서의 시각도 좀 달라지셨다고 한다. 이제는 조직 내의 적지 않은 인원을 관리하는 '책임자'로서 그들을 눈여겨보신다는 것이다. 국장님이 느끼기에는 보통 아래와 같은 예시의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유형 1)
A팀장이 '동료나 부하직원'과 어울리는 건 괜찮지만, '임원'들과 친한 모습을 보면 부들부들 거리는 B 팀장
- 이 경우 관리자로서 평소 A팀장을 눈여겨보고 있더라도 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
- 그렇다고 B팀장만 챙기다가 다른 팀장들의 인사고과가 더 높게 나오면, 'A'가 더 큰일을 벌일 수 있으니(?) 설사 예뻐하는 별도의 직원들이 있더라도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될 것.
유형 2)
유능한 부하직원 C를 본인 팀에 두고 싶은데, 그의 공로로 인한 칭찬은 본인(혹은 자기 팀)이 듣고 싶은 D 팀장
- C의 유능함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격려하거나 북돋아주는 것이 그 인재를 퍼지지 않게 하는 길이다.
- D는 개별적/공개적으로 한 번씩 'D'의 격려를 함께 묶어 치하해주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다.
말단 직원이든, 추후 높은 곳으로 올라가든, 분명한 건 그들을 항상 사주 경계해야만 나와 내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국장님 말씀은 막 사회로 나온 당시의 내게 큰 영향을 미쳤는지, 여태 이런 꿀팁들을 토대로 나 역시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이따금 국장님이 모 기업의 수장이 얘기한 조언을 활용하여,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더랬다.
"예쁜 척하지 말고, 예쁜 짓을 해라"
국장님이 보아하니 예쁜 척을 가장 잘하는 사람들은 보통 시기와 질투가 많은 자들이라 했다.
예쁜 척이 아니라 예쁜 짓 하는 것도 쉽지는 않고,
그걸 또 현명하게 해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하물며 국장님이 예로 든 그 기업 오너는 방송에서 이런 얘기도 했다.
"예쁜 척하는 직원이 아니라 예쁜 짓을 하는 직원,
그들을 알아보고 그들이 예쁜 짓을 더 잘할 수 있게 북돋아 주는 것이 리더의 자질이자 역할"
비단 리더뿐만 아니라, 살아가면서 '예쁜 척'과 '예쁜 행동'을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 될 것 같다.
이따금 권모술수에 능한 자들을 보며 분기탱천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예쁜 척'만 하고 살면 참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찾아가는 것이 신부님이나 국장님, 사수 같은 스승들이다. 때문에 모종의 책임감을 갖고 조금 더 마음 속 여유를 찾고자 노력하곤 했다. '좋은 일도 조금 더 현명하게 해 나가는 법'을 배워가면서 말이다.
그 긴 시간 수많은 학교에서 말도 못 할 양의 배움을 거쳐왔지만,
사회에서 배워가는 것들은 짧은 시간 더욱 많고 넓다.
그걸 알려주시는 성인이 된 후의 스승님들, 그들과는 더욱 깊은 마음을 나누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