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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an 27. 2023

생선 가게 고양이는 잘못이 없어요

생선 가게를 거실로 옮겨보자. 

 




생선가게 주인이 고양이에게 가게를 잘 지키라고 말하고 자리를 비웠다.

생선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눈앞에 맛난 생선을 지키고 있는 건 시련이자 큰 유혹이다.

참아보려 했지만 어느새 고양이는 생선 한 마리를 맛나게 해치워버렸다.

하나 먹고 나니 다른 맛이 궁금하다.

이번에는 좀 더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생선을 한 마리 덥석 물었는데, 아뿔싸!

그 순간을 주인에게 딱 걸렸다.



아이를 책상에 앉히고 숙제를 하라고 말하고 엄마는 방을 떠났다.

아이 책상 위에는 스마트폰이 놓여있고, 책장에는 만화책이 있다. 등 뒤에는 폭신한 침대가 있다.

집중해서 숙제를 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폰이 까톡까톡 울어대니 봐줄 수밖에 없다.

알맹이 없는 까독 대화창을 덮고 나니 보통남매 만화책이 유혹한다. 역시나 보지 않을 수 없다. 공부할 땐 신문도 재미난 다.

이젠 슬슬 나른해진다. 침대에 누워서 숙제를 해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그래도 숙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놓지 않으니 세상 기특한 나를 칭찬하며 스마트폰과 만화책까지 모두 챙겨 침대로 다이빙을 한다. 아뿔싸! 방문이 열린다.

엄마는 꼭 이럴 때 방문을 연다.







주인 명령으로 생선 가게를 지키던 고양이가 유혹을 참지 못했다.

고양이 잘못일까? 아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큰 유혹이라는 걸 빤히 알면서 고양이를 시험하듯 생선 가게를 맡긴 안일한 주인 잘못이다.


아이 학습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당연히 공부하는 걸 싫어한다.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아이에게 책상에 앉아서 '집중해라. 스스로 공부해. 스마트폰은 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해라. 딴짓하면 안된다. 엉덩이 붙이고 있어라' 아무리 외쳐도 엄마 입만 아플 수밖에 없다.  


공부는 아이엠그라운드가 아니다.

아이엠그라운드 지금부터 (공부) 시작! 을 외쳤다고 갑자기 학습에 집중하고 자기 공부를 스스로 하는 아이는 없다. (모니터 넘어, 스마트폰 속에 남의 집에는 종종 그런 대단한 아이들이 있긴 하더라. BUT, 우리 집에는 확실히 없다.)

고등학생들도 자습 시간이 주어졌을 때 정해진 시간을 온건히 집중해서 자기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그러니 초등 아이에게 알아서 공부하라고 시간을 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다.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계속 생선을 탐할 것이 빤할 고양이에게 또다시 가게를 맡기는 건 어쩌면 을 놓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네가 생선을 안 먹고 버틸 수 있나 어디 두고 보자'


 



아이와의 공부도 마찬가지다.

공부하라고 혼자 두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손이 간다. 의자를 빙글빙글 돌리게 되고, 편안해 보이는 침대에 눕고 싶은 게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방 밖에서 들리는 가족들 대화가 궁금해서 도저히 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고 생선을 먹은 고양이를 탓하는 것처럼 

어린 자녀에게 스스로 공부하며 집중해라 기회를 주고 한번이라도 딴짓하면 혼내는 행동은 덫을 놓고 집중 못하는 모습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고양이와 생선 가게의 평화로운 공존의 방법은 없을까?

어린 자녀가 유혹을 이겨내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불호령을 내릴 준비를 하고 덫을 놓기 기다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

선제적, 예방적 조치가 필요하다.



1. 집중 못하는 자녀의 공부 위치를 함께하는 거실로 이동시킨다.


거실이라는 공간으로 학습 장소를 이동하면 부모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신중하길 바란다. 

최근 [SBS 스페셜 공부방 없애기 프로젝트] 때문에 거실 공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우리 집도 한번 변화를 시도해 볼까 움찔하는 가정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러나 거실 공부의 시작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가족이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구성원 모두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아이들과 거실 공부를 한 지 5년 차에 접어든다

그간의 경험은 아래 글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으니 참고가 될 것 같다. 



2. 부모가 같은 앉아서 공부한다.


절대 어린 자녀의 학습을 하나하나 코칭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이가 공부하는 공간에 같이 앉아서 각자의 할 일을 하자. 

알아서 잘할 거라 믿는다고 맡겨두었다가 집중 안 하고 장난치면 혼내는 뒷북 조치보다 아이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선제적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혼자 공부하면 아이는 다른 가족과 떨어져서 소외됨을 느끼고 자기만 공부시킨다는 반발심이 들 수 있다. 분리해서 따로 공부시키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함께 앉아있으로써 아이의 학습 진도를 체크할 수 있고, 질문에 바로바로 답해줄 수 있다. 장기적으로 훨씬 긍정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부모의 성장은 덤이다. 같이 앉아서 책을 읽든, 새로운 공부를 하든 무엇이든 하루 1-2시간 꾸준히 실천하다 보면 부모도 크게 성장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3. 왜 공부하는지 아이 스스로 비전을 갖고 학습에 임해야 한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공부는 초등 중학년이 지나면서 서서히 힘을 잃는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공부만 시키려는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부모의 지시로만 하던 공부도 일순간 놓아버린다. 

학습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아이와 자주 이야기해야 한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문해력, 과제집착력, 문제해결능력, 올바른 정보 습득능력, 사고력, 판단력 등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공부하는 방법을 익히는 거다. 

영어는 세상을 알아가는데 더 큰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수학은 정답 맞추기보다 답을 고민하며 생각주머니를 키우는 논리적 사고 과정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으며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 매일 하는 공부가 널 시나브로 성장시켜주고 있다. '


왜 학습을 해야 하는지 아이에게 말해도 처음에는 뜬구름 같이 소리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아이랑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에게 내면화되는 것을 느낀다. (일종의 긍정의 가스라이팅이라고 하겠다)



 




주어진 시험 범위를 누구보다 빠르게 외우고 받은 성적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학습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AI보다 뛰어난 사고를 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녹색창에 두들기며 뭐든 찾아낼 수 있으니 어렵게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큰일날 소리다. 

지식의 양이 방대해진 만큼 이미 발견된 것에서 손톱만큼이라도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어떤 지식이든 읽고 이해하고 다른 것과 연결해서 작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더불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시대에 끝없이 학습해서 발전해나가는 자세가 요구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평생학습이 필요한 세상이다. 

시대 흐름에 맞춰 언제든 새로 배우고 변화하는 인재가 환영받는 시대다. 

자녀와 함께 하는 거실 공부는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제2의 인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생선 가게집중 못하는 산만한 고양이공부 습관을 잡아주려 하는 사장님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며 상생할 수 있다.  생선을 지키면서. 






초등 자녀 교육 고민, 정보블로그에서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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