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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Jun 09. 2023

고딩들의 100일 잔치

입학 100일을 축하합니다




아침 9시 조회를 시작으로 고딩들의 치열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작은 책상과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50분 꽉 채우는 빡빡한 수업을 7시간 듣습니다.

한 학기에 과목마다 2~3개씩의 수행평가가 쏟아집니다. 

(과목마다 평균 2.5개 수행평가 X 8과목 = 학기당 약 20개 내외 수행평가를 치러야 합니다)

2번의 지필평가, 분기마다 모의고사까지 쉴 틈 없이 테스트가 이어지니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고딩들입니다.


곁에서 아이들 보고 있으면 안쓰러워요.

공부를 하는 아이도 안 하는 아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결과에 대해 부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슬렁슬렁하는 아이들도 힘껏 공부를 안 하는 자신을 탓하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렇게 힘든 아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해야 하는, 저는 고등학교 1학년의 담임입니다.


이미 충분히 치열한 그들에게 '좀 더'를 강요합니다.

모두가 원하는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해야 한다고 협박을 하며 몰아갑니다. 

아이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그 목표를 꼭 이뤘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잔소리입니다. 

미안하고 안쓰럽지만 지금은 그게 제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 스트레스는 크지만 그래도 학교가 즐거워서 할만하다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공부에 찌든 모습 말고, 기분 좋게 활짝 웃는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공부 말고 고등학교 생활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고생한다, 기특하다 격려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른바 "고딩들의 100일 잔치"


6월 9일 오늘은 현 고등학교 1학년이 교복을 입고 낯선 학교에 입학한 지 100일 되는 날입니다. 

고생스러운 하루하루에 대한 보상은 안되지만 밝게 웃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앞서 선례가 없던 행사였기에 기획서 작성, 보고, 예산 확보까지 좀 번거롭기는 했습니다.  

예정된 행사가 아니라 예산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확보한 예산안에서 작은 선물과 100일 잔치 포토존을 꾸며 파티 분위기를 준비했습니다. 

처음 준비는 혼자였지만 취지를 안내하니 학년부 선생님들께서 모두들 흔쾌히 준비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준비하다 보니 교사들이 더 신났습니다 
층마다 설치한 포토존, 이곳에서 환하게 웃어줄 아이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준비했습니다. 
소박하게 가나초콜릿에 다음을 붙여봅니다
책상 위에 하나씩 올려두고 퇴근했습니다. 오타가 보이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 •︠ˍ•︡ )






오늘 아침 

소박한 이벤트에 감동해 주고 환하게 웃어주는 아이들입니다. 




잠시나마 아이들을 미소질 수 있게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 미소를 간직하며 고3까지 힘든 시간 이겨내주길 바랍니다. 




오늘은 매일 아침 하던 잔소리를 멈추고 그동안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살짝 오글거려서 멈짓하며 위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용기를 냈네요. 

 

너희는 뭐든 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해낼 거야. 

낯설고 힘들었던 100일을 잘 버텨준 너희들 멋있어. 

지금 잘하고 있는 나 스스로를 꼭 칭찬하고 격려하는 하루를 보내길 바라. 

가서 우리 반 단체 사진 하나 박자~ 출발! 


 

우리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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