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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Dec 04. 2022

쌤은 왜 원피스만 입어요

이 질문은 관심의 표현입니다





원피스를 주로 입는 이유는 간단한다

한 번에 쏘옥 입으면 끝이니깐


아래위 뭘 입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바지에 이 상의가 어울릴까? 색이 어울리는 게 맞나?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원피스는 계절감만 맞춰서 옷을 골라 몸통에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워킹맘에게 이만한 옷이 없다







생각보다 활동성도 있다

판서할 때 티셔츠는 종종 딸려 올라온다

뱃살 노출의 위험이 있다

늘 입는 무릎길이 원피스는 그런 걱정할 필요가 없다

판서를 하며 팔을 들어 올려도 내 뱃살은 안전하다


허리를 숙일 때도 바지와 티셔츠는 내 허리춤에서 분리되어 허리와 빤쓰를 노출시키는 참사도 막을 수 있다

교실 청소를 지도하다 보면 직접 쓸고 닦아야 할 일이 많다

빗자루를 들고 허리를 숙여도 내 원피스는 내 빤쓰를 보여주지 않는다

원피스는 넓은 치마폭으로 쭈그리고 앉아도 다리까지 덮어버려서 여러모로 편하다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원피스보다는 샤랄라 원피스를 선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원피스에도 귀찮은 것이 있으니 허리와 팔에 달린 끈이다

매달린 끈을 곱게 리본으로 묶는 것이 귀찮다

대체로 리본 만드는 걸 잊어버리고나 어설피 묶고 그냥 출근한다

(종종 공들여 묶었으나 남매를 챙겨 바쁘게 출근하다가 허무하게 풀려버리기도 한다)


이런 날은 복도에서 날 다급하게 불러 세우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은 칠칠치 못한 선생의 옷매무새를 고쳐주고 쿨하게 퇴장한다

땡큐베리마치하다

 







교실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이 내 옷이나 화장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다

지극 관심의 표현이니깐

괴로운 수업 시간을 위해 들어서는 교사에게 시선을 내어준 것이 고맙기 그지없다


내가 어떤 옷을 입는지,

화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

왜 매일 묶고 있던 머리를 풀고 있는지 물어주면

꼭 챙겨 들고 다니는 마이쭈를 아이 손에 꼭 쥐어준다

변화를 캐치했다는 것은 남편보다 낫지 않은가

(남편은 종종 내가 미용실을 다녀와도 눈치채지 못한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 덕분에 매일 교실 가는 것이 즐겁다

난 행복한 교사다







"선생님 오늘은 귀걸이 하셨네요!"

어머, 넌 바나나 초코파이닷!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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