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누군가 대리로 써준걸 아이들이 외워올 우려가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논제가 쉬웠고 주장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쓰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점수를 깎아내려는 의도가 아닌 배움에서 생각을 확장시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는 의도를 충분히 전달해서 앞선 우려를 최소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자료를 찾아볼 수 있도록 시간도 넉넉히 준 후 실시한 논술 평가였습니다.
아이들의 잘못을 확인하고, 추궁하고, 벌주는 과정이 고통스럽습니다.
그래서 문제 상황과 문제를 일으킨 아이와 마주하는 것이 힘듭니다.
그리고 이일로 인해 해당 아이가 위축되는 것도 걱정입니다.
반성해야죠.
잘못했으니 책임도 져야 합니다.
자신의 행동을 충분히 뉘우쳐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필요 이상 기를 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비난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됩니다.
또한 친구의 잘못을 알리고, 그 친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곁에서 보는 동안 혹시 죄책감을 느끼는 건 아닐까 싶어 속이 탑니다.
겪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부담을 안게 된 것이 안쓰럽습니다.
상황을 인지하시고 담임선생님께서 제보한 아이들이 마음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다독여주셨습니다.
그제사 안심이 되었어요.
이제 제 역할이 남았습니다.
해당 학생과 면담을 했고 별다른 추궁 없이 바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아이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정말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연거푸 읊조렸습니다.
잘못을 인정하는 아이를 더 이상 나무라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아이를 안고 훈계와 조언을 섞어 몇 마디 건넸습니다.
잘못했어. 그러니 반성해야 해. 깊게 반성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안 돼. 그러면 정말 큰 죄가 되는 거야. 오늘까지 깊게 반성하고 내일은 털고 와. 그리고 나한테 미안할 일 아니야. 너 자신에게 미안해야지. 그리고 열심히 준비하고 양심껏 평가에 임한 친구들에게 미안한 거야. ★★야. 쌤은 기억력이 나빠. 금방 잊어. 난 신경 쓰지 말고 너 자신에게 미안해 해야 해. 양심을 저버리는 행동은 여기서 끝내야 해. 알았지?
그리고 절차에 따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었습니다.
학업성적관리규정과 사회과 교과협의회의 의견을 종합하여 점수가 부여되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일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의 불은 아직 타고 있을 겁니다.
이 일이 컨닝을 한 아이에게도, 제보를 한 아이들에게도 생채기를 남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좀 더 예민하게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일 겁니다.
앞으로 그리하겠습니다.
이래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