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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Feb 12. 2024

내 안에 너 있다.  

happiness


아들아, 넌 언제 행복해?


엄마랑 같이 있을 때.  
정정할래, 잔소리 안 하는 엄마랑 같이 있을 때.
학교 가다가 예쁜 구름 봤을 때.
(한참 생각하다가) 별 볼 때.
(또 한참 생각하다가) 음악 들으면서 친구들이랑 같이 게임할 때.



다행입니다.

아들의 대답을 듣고, 감사했습니다.

아이를 기르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아이의 행복입니다.

아들이 일상 속에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고 느낄 줄 아는 아이로 자라 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 것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당신께서는 행복하십니까?


행복을 성취, 소유, 목표 달성으로 얻으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싼 명품 가방을 샀을 때, 원하던 회사에 취직할 때, 다이어트네 성공했을 때 누구나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쁩니다.

하지만 이렇게 커다란 만족을 느꼈을 때만 행복하다고 생각의 회로가 고착되면 일상의 삶이 너무 팍팍해집니다.

우리 삶이란 성실하게 매일을 조금씩 쌓아 올려, 한참 후에야 커다란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얻은 것은 노력을 통해 이룬 것이 아니므로 행운이라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유아 때는 모든 것이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새로우면서도 적은 노력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주먹을 쥐었다 펼쳤다 하는 엄마를 유심히 보다가 스스로 잼잼을 해내면 세상을 다 얻은 듯 칭찬이 쏟아지고 쉽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더할수록 한 번에 되는 것이 없고, 쉽게 이룰 수 있는 게 적어집니다.  

어떤 것이든 오랜 시간 차곡차곡 빌드업해야 하며 그럼에도 모든 것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수년간 공부해야 대학에 갈 수 있지만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는 사람은 적은 수입니다.

부자가 아닌 이상 어깨에 힘들어가는 가방 하나를 사려고 해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야 겨우 명품이라는 이름을 얻고 그마저도 더 비싼 것과 비교당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어쩌다 한번 맛보는 성취나 소유, 목표만을 행복이라고 여기면 일상이 불행해져요.  

매일,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껴야 합니다.

작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아이로 만들어주세요.

평범한 하루, 내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눈을 기르도록 해주세요.


생각은 일종의 회로입니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생각의 회로가 아이들에게 탑재되어야 합니다.

부모의 행복의 대한 기준은 무심히 아이들에게 스며듭니다.

작은 것에서도 만족하고, 당연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아내는 건 부모의 생각 습관이 먼저입니다.






아이들 학교 생활에서 급식은 부모들의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교 등교하면 바로 그날의 급식을 확인하고 칠판에 급식 메뉴를 적어두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은 지루하고 어려운 오전 수업 시간도 급식을 생각하며 버티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메뉴임에도 아이들 반응은 서로 다릅니다.

입맛의 차이 보다는 만족도의 차이가 아주 큽니다.

집에서 늘 진수성찬 먹던 아이들은 어떤 급식이 나와도 시큰둥입니다.

워낙 자기 입맛에 맞춰진 음식만 먹었던 탓에 다양하게 조리된 학교 급식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맘에 들지 않으면 급식을 거르기도 하고, 맛있게 먹는 친구들 옆에서 곁돌기도 합니다.  

게다가 허기진 상태로 오후 수업을 들으니 집중이 될 리 만무하지요.

급식으로 인해 하루가 엉망이 됩니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나중에 어른이 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식사 자리에서도 저렇게 음식 타박을 하면 어쩌나.

결혼해서 배우자가 차려는 밥상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투면 어쩌나 하는 것들입니다.

반면 학교 급식이 최고라고 외치며 먹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바쁘시거나 또는 요리에 관심 없는 집 아이들입니다.

저희 집 남매가 아마 여기에 해당될 겁니다.

이 친구들은 매일 바뀌는 급식 반찬에 환호하고, 뭐든 참 잘 먹습니다.

별거 아닌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것이지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성 가득 매 끼니 최상의 밥상을 차려준 것이 오히려 학교에 적응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혼란스러우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식사를 아무렇게나 주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적당한 결핍이 있어야 일상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장난감을 사준다면 매번 새로운 장난감을 갖게 되어도 별반 기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유를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원하는 것이 있으나 갖지 못하고 갈망하다가 얻어야 그것에 대한 만족이 높아집니다.

언제나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아이에게 새 장난감이 생겼을 때와 평소 선물이 없다가 어쩌다 작은 장난감 하나를 얻게 된 아이의 중 누가 더 행복할까요?

작은 것에서도 충분하다고 느끼도록 적당한 결핍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합니다. (feat 심리학자 김경일)






지난가을, 미루고 있던 둘째 아이 두 발 자전거 연습을 했습니다.

아이가 제법 커서 자전거 무게와 아이 무게를 모두 지탱하며 잡아주는 것이 힘들더군요.

10분도 되지 않아서 손목이 시큰거려서 쉬어야 했습니다.

아이도 곧바로 성과가 안 나오니 답답하던 차에 엄마마저 벤치에 앉아버리니 바로 그만두고 싶다고 하더군요.

다시 잡아주려다가 꾀가 나서 말로 아이를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땅을 딛고 있던 발로 땅을 힘차게 밀어내면서 페달을 돌려보렴. "


그런데 말이 쉽지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을 몸으로 해내기가 어디 쉬운 가요.

이제 막 두 발 자전거를 배우는 아이에게 제자리에 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는 페달을 정확하게 밝아 돌리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습니다.

중심을 잃을까 봐 겁이 나니 용기를 내어 땅에서 발을 떼는 것도 어렵고요.

막상 여기까지 해냈다고 해도 야속하게도 자전거 바퀴를 두어 번 돌기기도 전에 넘어져버립니다.

보통 이런 경우 '그게 아니고'로 시작하는 잔소리로 시작해서 다시 시범을 보이시거나 해낼 때까지 뒤에서 잡아주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런데 저는 입으로만 나불거리고도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답니다.

혼자 연습하다가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넘어졌다는 실패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아이가 노력하는 과정을 부각하는 말이었습니다.


"발로 땅을 힘껏 밀어내면서 곧바로 페달 밟는 거 어려운데 바로 해냈어. 엄마는 페달 찾는 것도 어렵던데. "

"넘어질까 봐 겁나지 않았어? 그런데 우리 딸은 용기 내서 땅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아가더라. 대단해. "


넘어졌다는 실패, 아직 자전거 타기를 해내지 못했다는 결괏값 말고 노력하는 과정에 대해 칭찬했더니 아이는 넘어진 것을 잊어버리고 금세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그리고는 "엄마 나 또 해볼게. " 하고 직진으로 곧게 뻗을 수 있도록 다시 출발지점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몇 번 시도하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넘어진 결과 말고 '아까보다 멀리 왔다, 자세가 좋아졌다, 페달을 금방 잡는다, 요령껏 잘 넘어진다' 등으로 과정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덕분에 몸치인 따님은 연습 첫날, 1시간도 지나기 전에 자전거 타기를 성공적으로 마스터했습니다.


이렇게 아이의 일상에서 성공보다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도록 유도하는 일은 무척 중요합니다.  

 

아이가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맞추는 경우보다는 틀릴 때가 많고, 풀어내기보다는 접근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힘들어하면 어떻게 말해주시나요?


'그것도 몰라? '

'못 풀겠어? '

'학교에서 배웠어, 안 배웠어?'

'이리내. 가르쳐줄게. '


모두 결과에 초점을 맞춘 말입니다.


'문제가 어려우니깐 고민되고 쉽게 풀리지 않는 게 당연하지.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어디까지 생각했는지 설명해 줄래? '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주세요.

정답은 틀리더라도 끈기를 갖고 노력한 것을 놓치시면 안 됩니다.

아이는 뒤죽박죽 생각하던 것을 말로 설명하는 과정에 놓친 조건을 찾아내기도 하고, 스스로 논리를 찾아내서 새롭게 답을 찾기도 합니다.

(물론 심화 수준의 문제까지 풀어내는 것은 칭찬만으로는 어렵습니다. 학원이나 부모의 가르침 없이 수학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해 주세요.)


매일 아침밥을 먹고, 학교 갔다가, 학원 다녀와서 숙제하고, 밥 먹고 잠자는 우리내 일상을 중에서는 성과, 소유, 목표 달성 같은 굵직한 이벤트는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그것들을 향해 가는 과정일 뿐이죠.

그러니 과정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연습, 만족하는 생각 회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평범한 하루에도 행복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오늘 너희들이 식사 준비를 다 같이 해줘서 엄마가 수월하다, 고마워. "

"엄마, 오늘 링피트 했다. 이틀 연속이야. 정말 칭찬해 주라. "

"아들이 추천한 책 진짜 재미있다. 고마워. 다음에는 뭐 읽을까? "

"아침마다 드림렌즈 빼는 거 귀찮을 텐데 잘 참고 매일 착용해 줘서 고마워. 오늘도 딸이 협조 잘해줘서 금세 뺐다. "

"(눈썰매장에서) 우리 가족이 모두 줄줄이 타는 거 동영상으로 찍어서 정말 행복하다. "  




아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보호자가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세요. 

행복을 찾는 생각 회로가 아이들에게도 스며들 수 있도록 많이 말해주세요. 

그럼 아이도 그렇게 말할 겁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같은 반이 아닌 친구인) 주원이도 봤고, 민성이도 봤고, 그리고 점심시간에 오빠도 봤다. 정말 좋았어. "

"엄마, 오늘 정말 행복해. 오늘 공부 다해서 게임할 수 있어. 빨리 폰 시간 넣어줘. "

"오늘 급식에 (싫어하는) 버섯 나왔는데, 참고 먹어봤거든.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어. 나 좀 극복한 거 같아서 행복했어. "


남매에게 행복 회로를 잘 심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 안에 작은 행복이 쑥쑥 자랄 겁니다.


여러분은 언제 행복하세요?

저와 저희 아이들은 하루 중 종종, 소소하게 행복한 중입니다.

˘◡˘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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