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칭찬이 풍년입니다.
칭찬하고, 인정하고, 치켜세우는 것이 당연한 육아 방식으로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칭찬을 많이 받는 것이 아이의 긍정적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조건인지에 대해 의문입니다.
또한 칭찬이 아이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에 무조건 이로울까 하는 고민도 생깁니다.
초등 남매를 키우고 있고, 교직 경력 20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본 사람으로 위에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단호하게 NO입니다.
칭찬은 때로 독이 됩니다.
칭찬을 들으면 순간 기분이 좋습니다.
내가 잘하고 있나 보다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무차별적 칭찬의 결과값은 유아 시기까지만 최적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이후 학령기에 접어들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 부모 세대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공부하듯 육아서를 공부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칭찬에 대한 의무감은' 갓난아이가 똥을 싸면 칭찬하라'라고 지시하던 육아서에서 출발했습니다.
책을 통해 아기가 스스로 만들어낸 최초의 창작물(?)에 긍정적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고 배웠고, 모두 성실하게 실천했습니다.
아기가 온 얼굴 근육을 모두 사용해 가며 힘겹게 세상에 내놓은 작품, 똥.
그것을 본 부모가 환한 얼굴로 '잘 쌌다, 황금똥이다, 응가도 잘한다, 잘 먹고 잘 큰다'라고 반응하며 가능한 모든 칭찬을 해주어야 긍정적 자아상이 만들어진다고 배운 겁니다.
최초의 작품에 대한 부모의 최대치 피드백은 아기들의 마음에 ♡♡ 뿅뿅으로 새겨질 것을 상상하며 세상 뿌듯한 육아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 칭찬들은 모두 유의미했을 겁니다.
아이는 자라는 대부분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을 시도하고, 그러던 중 어느 순간 그것을 최초로 이뤄냅니다.
몇 날 며칠을 끙끙대다가 뒤집기를 성공하던 날, 움찔움찔 디딜 듯 말 듯 뻗어내던 발이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야 첫걸음으로 이어지던 것이 모두 그런 과정이었을 겁니다.
이 모든 순간이 경이롭고,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부모들의 세상의 모든 축복과 칭찬을 아이에게 내려줍니다.
당연하고 중요한 과정입니다.
문제는 이 기조가 아이가 자라면서도 변함없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학령기에 접어든 아이에게도 과정과 결과에 상관없이 모든 것에 칭찬했다고 하면 몇 가지 문제들이 생깁니다.
1. 칭찬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하려면 그 칭찬에 값어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저만 들어도' 잘한다, 학교 가려고 가방을 메도 잘한다, 신발을 짝 맞춰 신어도 잘한다' 하며 그 칭찬의 무게는 참 가벼워지겠죠.
이렇게 남발된 칭찬을 받던 아이가 단원평가 100점을 받아왔을 때 똑같이 '잘한다'라고 피드백을 해주면 아이는 특별히 뿌듯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흔해빠진 칭찬을 한번 더 받았을 뿐인 거죠.
2. 칭찬의 동기부여 효과가 떨어집니다.
칭찬은 힘이 있습니다.
첫걸음을 떼려던 아이가 계속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두 발로 다 딛고 겨우 중심을 잡던 아이가 한 발을 떼고, 무게 중심을 움직여 앞으로 내딛는 과정을 반복해 봐도 계속 넘어지며 중심을 잃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이 아이가 스스로 서 있음을, 용기 있게 한 발을 떼낸 것을, 그 발을 내밀어보는 것을 칭찬하고 응원합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 넘어질까 두려운 마음, 엉덩방이 찧을 때마다 느끼는 고통이 있음에도 칭찬 덕분에 한 번 더 시도하고 도전해 볼 의지를 잡게 됩니다.
하지만 칭찬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 가치가 떨어지면서, 칭찬의 힘을 잃습니다.
매일 듣는 BGM처럼 흔해빠진 칭찬은 너무 많이 사용해서 늘어진 고무줄 같아집니다.
다 늘어진 고무줄로 머리카락을 묶어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아무리 단단히 동여매어도 머리카락을 움켜쥐지 못하고 힘없이 흘러내려버립니다.
칭찬을 마구잡이로 발행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3. 칭찬의 온도 차이가 아이를 혼란하게 만듭니다.
미술 시간에 클레이를 이용해서 음식 모형을 만든 작품이 사물함 위에 쪼르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찌나 손끝이 야문지 먹을 뻔했네요.
냉모밀, 초밥, 김밥 등 다양하기도 하고, 쌀알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만든 정성이 기특해서 몇몇 작품을 칭찬했습니다.
그랬더니 저 쪽에서 누군가 말합니다.
'선생님, 왜 저는 칭찬 안 해줘요?'
칭찬은 공평이라는 잣대로 적용받을 수 있는 가치는 아닙니다.
누군가의 값진 노력을, 진심 어린 성의를, 가치 있는 행동을, 뛰어난 성과에 대해 대응하는 반응인 거죠.
그런데 남이 받으니 나도 받아야 한다는 식의 아이 반응에 당황스러웠습니다.
칭찬이 돈 드는 것도 아니니 가볍고 의미 없이 흩뿌릴 수 있습니다.
막상 저 순간에 아이 마음에 상처받지 않도록 '네 작품이 무어냐' 묻고, 영혼을 끌어보아 칭찬해 주고 마무리했습니다.
다만, 왜 이런 상황이 펼쳐진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가정에서 무분별한 칭찬을 받아왔을 겁니다.
그러니 칭찬은 무조건 따라와야 하는 결과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겁니다.
또는 당연한 칭찬을 받지 못하면 불쾌하고 속상한 마음이 커지게 됩니다.
(반대급부도 있어요, 칭찬에 목마른 아이들도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어려부터 결핍이 있는 아이들은 밑 빠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도 칭찬과 사랑을 갈구하고 도합니다. 이땐 대응이 달라집니다. )
초등에서 이 같은 혼란을 겪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모든 행동에 칭찬받던 아이가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관심을 못 받고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수업에 흥미를 잃고 학교 생활도 재미없어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학교 생활에 소극적이거나 심한 경우 반항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작은 것에서 시작한 부정적인 생활 태도는 장기적으로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쌓일 겁니다.
아이는 점차 학교 생활에 겉돌게 되고 학업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학업이 흥미를 잃으면 학교에 모든 시간이 괴로울 테고 메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겁니다.
칭찬을 잘해야 합니다.
학령기에 접어들게 되면 칭찬의 횟수보다는 질을 높이는데 신경 써보세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해야 하고, 비교가 아닌 내 아이를 기준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서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칭찬의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 바로 간접 칭찬입니다.
직장에서 '00 씨, 일 잘한다. '라는 면전에서 칭찬을 맡으면 인사치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진심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00 씨가 일을 잘하더라. '라고 하는 대화를 엿듣게 되면 진심이 와닿고 훨씬 기쁩니다.
아이에게도 이 같은 마음을 이용해서 간접칭찬을 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모든 칭찬은 아이를 바라보고 1 : 1 대화로 전하는 걸 기본으로 합니다.
그런데 간접 칭찬은 아이의 칭찬을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아이를 칭찬해서 아이가 간접적으로 엿듣게 하는 겁니다.
간접 칭찬하는 상황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들이 듣고 있을 것이 뻔하지만, 전혀 몰랐다는 듯 속삭이며)
"남편아, 우리 아들이 글을 썼는데 말이야, 여러 번 고치고 다시 읽어보고 하더니 아주 재미나게 썼네. 한번 봐바. 정말 잘 썼다. "
아이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부모의 대화에 자기 이름이 나왔으니 아이는 두 귀가 쫑긋 합니다.
사전에 저와 내통한 남편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아이의 칭찬을 이어갔습니다.
'제목을 내용 궁금하게 잘 붙였다, 소질 있네, 여러 번 고치는 동안에도 성실하게 숙제했다, 이 부분은 정말 재치 있게 썼다, 몰랐는데 글을 잘 써서 놀랐다. ' 등등
이때 절대로 크게 말하지 않지만 몰래 듣고 있는 아이에게도 잘 들릴 정도로, 몰래 대화 같지만 아이가 충분히 듣을 수 있도록 말하면 아이는 이 간접칭찬을 통해 훨씬 뿌듯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직접 들은 칭찬보다, 아빠에게 전달하는 간접 칭찬의 효과가 훨씬 큽니다.
간접칭찬 어렵지 않죠? ˘◡˘
잘못된 칭찬은 아이의 긍정적인 정서 발달에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칭찬은 집과 다른 사회의 온도 차이로 인해 아이에게 혼란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칭찬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칭찬을 잘해야 합니다.
특히 학령기 이후에는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쉽고 효과 있는 간접 칭찬으로 우리 아이의 밝은 정서 형성에 도움을 주세요.
다음 주, 도움 되는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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