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시작이 좋지 않다

과로, 피로, 분노

by 행복해지리




출국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과로

장시간 비행에서 얻은 피로

토 테러로 얻은 분노까지 (그 와중에 라임이 맞아서 기분이 좋군)


조지아의 첫 느낌은 글쎄올시다.



동글동글 귀여워서 그림 같은 조지아 글자도 이때는 눈에 안 들어왔다



이 순간 내가 바라는 건 하나

씻고 싶다


그냥 내 집 욕실에서 뜨듯한 물에 샤워하고 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난 왜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건가

아이들은 잘 있나? 엄마를 찾는 건 아닐까? 내 머리에서 냄새나면 어쩌지. 난 누구, 여긴 어디인가





도착은 했으나 아직이다.

우리의 첫 번째 목적지, 그러니깐 숙소가 있는 곳은 다시 차로 4시간쯤 이동해야 만날 수 있는 러시아 국경 근처 스테판츠민다였다. (보통은 카츠베기 라는 러시아식 지명으로 불린다.)

같이 간 일행은 토 테러를 당한 나를 위해 트빌리시 시내를 들려서 수습을 권하였으나 나 때문에 반나절을 허비하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같은 루트로 여기까지 왔으니 모두 충분히 피곤한 상태다.

많이 참고 스테판츠민다로 향했다.




트빌리시를 출발해서 우리는 첫 번째 목적이 스테판츠민다로 향한다
이른 시간 도착해서 조지아에서 일출을 본다



첫 번째 목적지로 가는 길에 도로 옆에 열린 마을 시장을 만났다.

살아있는 닭을 거꾸로 들고 가는 마을 분

생고기가 깔려있는 좌판

그리고 조지아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후루츠엘라 까지

한국 시골 장터를 가도 만나기 어려운 옛스런 풍경이라 과거로 들어온 느낌이다.


맛이 궁금했던 후루츠엘라는 한 개만 구입.

내내 기내식만 먹어서 상큼하고 싶었던 우리는 과일로 향했다.

공항에서 환전한 5라리를 내밀고 당당하게 '이만큼 주세요'이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어차피 영어는 통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많이 쓰는 러시아어는 우리가 불가능하니깐

그런데 많아도 너무 많다.

5라리만큼 달라고 했더니 사과며 오렌지를 자판 소쿠리 반씩을 내어주셨다.

조지아 물가에 적응이 안 된 관광객이라 바가지를 조금 보태서 이 정도 일까, 아니면 세상 순박한 마을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이었을까.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는 너무 많았다.



조지자 전통 간식 후르츠엘라. 너무 달아서 먹기 힘들었다



너무 달아서 먹기 힘들었던 후르츠엘라를 맛보고 다시 출발.

그렇게 조금 더 가니 슬슬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스키로 유명한 해발 2200m의 구다우리를 지나야 우리의 첫 목적이 스테판츠민다로 갈 수 있다.

구름이랑 눈 맞춤이 가능한 높이쯤 되니 도로에 쌓인 눈이 보인다.

역시 스키 명소답다.

당일 날씨는 맑았고 더 이상 내리는 눈은 없었다.

워낙 눈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제설로 잘 되어 있었다.

걱정은 전혀 없이 그저 신나게 눈 구경을 하며 정상을 향했다.


구다우리로 가는 길 좀 많이 눈이 보인다



그런데 정상은 좀 상황이 달랐다.

내 평생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은 처음 봤다.

그리고 현지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길이 좋지 않아서 통행을 제한한다는 것.




눈이 많이 와서 현지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여기가 겨울왕국인가? 아니 구다우리다
평생 볼 눈은 구다우리에서 다 봤다 온통 눈뿐이었다



난 언제쯤 씻을 수 있을까?

인천을 출발한 지 이제 30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그냥 집에 갈까?



* 여행 이야기가 바닥날 때까지 토요일에 글을 발행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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