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아이들이 몸치예요.
제기를 접해본 경험도 적고, 본 적도 없어서 인지 정말 못 차더라고요.
어설픈 자세로 하나, 그리고 방향성 없이 날아가는 제기를 발끝으로 겨우 건드린 걸 인정해야 겨우 두 개를 채우는 수준이었습니다.
아빠가 시범을 보여주며 안정적 자세를 보여주자 두 녀석은 그 자세를 연구해서 자기 몸에 패치하려 하나 몸치들의 특징, 뜻대로 몸이 안 움직입니다.
아직은 낮볕이 이글이글하던 날, 두 아이는 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제기차기에 몰두했습니다.
그런데 도통 실력은 늘지 않더군요.
문제는 다음 일정도 있고 하니 움직였으면 했는데 아이들은 요지부동.
자세를 바꿔도 보고, 신발을 벗어도 보고, 발을 바꿔보고, 아빠에게 다시 차 보라고 요청하며 관찰하기를 반복하면서 제기차기만 했네요.
딱 5개만 연속으로 차겠다는 목표를 세우더니 떨어지면 주워서 또 차고, 다시 떨어지면 주워서 차기를 되풀이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누적되어 실력이 쌓이면 좋은데 자세도 별반 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리에 힘이 풀려가는 게 보이더군요.
딸아이는 그즘 포기하고 다른 놀이에 빠졌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가 세워놓은 5개를 꼭 차고 말겠다며 버티더라고요.
그쯤 되니 저도 다음 일정을 포기하고 그저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물을 마시라며 잠시 쉬게도 하고, 옆에서 자세를 이렇게 저렇게 해보라고 코치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한 시간이 조금 넘겼을 때입니다.
으아악! 해냈다
아이는 갑자기 제기차기 6개를 성공했고, 그리고는 힘이 풀려서 박물관 앞마당에 벌렁 누워버렸습니다.
아낌없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우리 모자의 호들갑을 보신 분들은 제기차기 대회라고 우승한 줄 알았을 겁니다.
아이와 그날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1시간이 넘도록 제기를 찼음에도 끝끝내 3개밖에 안되더니 갑자기 6개를 찼던 기억.
포기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래도 그간 시간이 아까워서 한 번만 더, 한 번만 더 외치던 것이 꾀 오랜 시간 끝까지 집중한 마음.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이뤄낸 순간.
그 짜릿함을 아이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성공 경험입니다.
새로운 도전, 힘들었지만 노력했던 과정, 끝내 이뤄낸 성공 경험을 아이는 잊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큰 아이가 무언가 시도하려고 할 때 종종 제기차기의 그날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부여 가서 제기 차던 날, 5개를 차지 못해서 힘들게 연습했던 거 기억하지?
계속 성공 못하다가 1시간 넘어서 어느 순간 갑자기 해냈자나.
그날 말이야.
만약 성공 5분 전에 포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성공 직전인데 멈췄다면 말이야.
그럼 지금 기억하는 그 짜릿한 기억이 남아있지 않겠지?
엄마, 그날처럼 끈기 있게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아.
난 한다면 하거든.
네가 최고라고 치켜세워준다고 자존감이 튼튼해지지 않습니다.
귀하게 여겨서 옥이야 금이야 키우면 자기 자신만 아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의사를 최대한 받아주고 뜻대로 다 이뤄준다면 아이는 가정을 벗어난 이후에 공동체 생활에서 온도 차이로 인해 혼란스러울 겁니다.
네가 최고라고 받들며 키우는 것이 아니라 넌 정말 사랑받아 마땅한 소중한 아이라고 키우는 게 맞습니다.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이 오히려 아이를 망칠 수 있습니다.
작지만 노력해서 성공해 본 경험을 쌓아서 그것 바탕으로 나 자신을 스스로 믿는 아이로 자라도록 해주세요.
제기차기를 5번을 넘어 6번 성공한 경험이 다음번에 새로운 도전 앞에 용기 내어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을 일으켜줄 겁니다.
내가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존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