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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해지리 Mar 25. 2024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을 보여주는 기안84

성적과 아이를 동일시하게 만드는 최악의 잔소리



'나 혼자 산다'를 좋아합니다.

빙송이라 꾸며진 모습이 분명 있겠지만 그래도 출연진의 일상 모습을 보여 것이 재미있거든요.

그런데 그중 불편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기안84였습니다.

네이버 사옥에서 생활하며 웹툰을 그리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자주 그의 영상을 봤지만 그의 생활 모습은 제게는 좀 거북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커피 포트에 라면을 끓여먹고, 얼굴 닦은 수건으로 발도 닦고 올인원으로 바닥까지 닦아내는 거 보면서 여러 번 기겁했네요.

자주 더럽고, 종종 기이하고, 다소 특이한 행동들.

일부러 자극적으로 편집되었겠지만, 오히려 연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을 텐데 제게는 그 날 것이 좀 낯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그가 작년 MBC 연애대상을 수상하는 걸 보고 '헐 대박'이라고 외쳐버렸네요.

그가 세계여행하는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앞서 나 혼자 산다로 인해 만들어진 이미지만 알던 제게는 당황스러운 결과였나 봅니다.


그러다, 얼마 전 유퀴즈에 나온 기안84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외동인데 공부를 못해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고 말하더군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공부를 못하니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던 모양이에요.  

실제로 물건이 박살 났던 건 아니고, 부모님이 성적으로 압박하지 않으셨음에도 그저 걱정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그의 마음이 박살 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랬던 기안84는 현재 대상84입니다.

진정성 있는 행동, 협찬받은 옷을 귀하게 여기고 아껴서 여러 방송에서 재차 착용하는 모습, 자신의 성공을 운이 좋았던 것이라 여기며 더 겸손하려는 태도가 많은 사람들을 그의 팬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성적이 좋지 못해 집안을 풍비박산 냈던 그는 이제 모두가 부러워하는 방송인, 자신의 색을 펼쳐낼 줄 아는 예술인으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민희는 요즘 매일 새로 부임하신 방송부 선생님께 찾아와 종알종알 참견을 합니다.

인사성도 바르고 여고생 특유의 생기발랄한 목소리 덕분에 민희가 교무실에 오면 조용하던 교무실에 봄바람이 분답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시선이 갑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방송부 선생님과 민희 대화를 엿듣게 됩니다.

오늘 문뜩 꿈이 생겼다는 민희, 사범대에 진학하겠다며 오늘부터 공부할 테니 말리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사라집니다.

덕분에 남겨진 선생님들은 터져버렸어요.

웃음꽃이 ✿


점심시간, 급식실에서도 자연스럽게 민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같은 테이블에 작년 민희 담임 선생님, 현 방송부 담당 선생님, 현 교과담당 선생님, 그리고 제가 앉았답니다.

다들 한결같이 아이 칭찬을 하셨습니다.


아이가 원래 밝은 성격에다가 아이들과 정말 잘 지냅니다.
제가 학교도 처음, 방송부도 처음이라서 낯선데 오히려 방송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잘해서 해줄 게 없습니다. 특히 민희는 기획력이 좋아서 벌써 방송제 계획을 세워뒀더라고요.
수업 시간에도 반짝반짝 수업을 잘 들어서 제일 먼저 이름을 기억했어요.
민희 성적은 어때요?


그랬더니 작년 담임 선생님이 답변해 주셨어요.


모든 야무지고 똘똘한데, 성적은 하는 만큼 안 나오네요.


하지만 누구 하나 걱정하는 눈빛이 아니었어요.

그깟 성적이야 고등학교 졸업하면 그만이고, 그 외 모든 면이 뛰어나니 큰 문제 될 것이 없다.

결론 → 뭘 해도 할 아이다, 였습니다.


 



이미 증명된 명제가 하나 있습니다.

알면서도 자꾸 밀어내는 명제이기도 합니다.

행복은 성적이 아닙니다.

성적은 절대 아이의 모든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고, 포함시킬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저 지금 학습이라는 한 부분에 대한 잣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의 성적으로 아이를 평가합니다.


그 성적 받고 밥이 넘어가냐?
그거 갖고 나중에 뭐 될라고 하나?
누굴 담아 그 모양이냐?
이게 왜 이해가 안 돼~ 너 바보야?


부모가 남긴 말은 고스란히 마음의 상처가 됩니다.

상처가 말라 붙으면서 아이는 나날이 위축됩니다.

나는 해도 안 되는 아이인가 보다 성장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리고 새로운 시도와 노력을 거둬버립니다.

시도해도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겁을 내기도 하고, 노력해도 안될 거라 지레 짐작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기계적으로 학교과 학원을 다니지만 늘 결과는 제자리에 머뭅니다.

진심으로 매달려해내지 못하니(안 하는 게 아니라 해낼 원동력이 없는 겁니다.) 성적이 나올 수가 없죠.

학업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도전하거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나는 안 되는 아이라고 스스로를 평가절하하거든요.

아이는 매일 같이 듣는 성적 잔소리를 기준으로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어느 순간 나와 부족한 성적을 동일시하게 됩니다.

성적이 낮으니 나도 낮춥니다.

공부를 못하는 나는 다른 것도 못하는 아이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초래한 건 모두 부모입니다.

물론 기대와 걱정 때문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 마음이 아주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음을 꼭 알아야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초등 부모님이 보고 계실까요?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시고 계실까요?

어떤 부모가 처음부터 내 아이에게 표독스러운 말을 던지려고 준비하고 계셨겠습니까.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입시가 코앞이니 대학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해 줄 것 같은 불안감이 부모를 휘감아 이런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불안감은 부모의 시야를 가리고 그저 아이의 성적만을 보게 만듭니다.


어려서는 건강한 것에 감사합니다.

반찬 투정 없이 밥만 잘 먹어도 고맙습니다.

학기 초 새 학기에 잘 적응해서 즐겁게 학교 가는 뒷모습만 봐도 뿌듯합니다.

감사하고 기특하던 아이의 모든 것을 이제는 너무 당연시 여깁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것은 절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점차 자기 입맛을 갖춰가는 아이들이 투정 없이 밥은 먹는 것은 그것을 준비해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을 알기 때문입니다.

친구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청소년기에 친구 없는 교실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지옥입니다. 그럼에도 새 학기를 잘 이겨냈다면 정말 칭찬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


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칭찬을 슬그머니 감추시나요.

아이의 많고 많은 가능성 중에 왜 하필 교과 성적만 보고 아이를 야단치실까요.

더 잘돠라는 마음에서 아이를 채근하셨겠지만, 결국 그 채근이 아이의 자라는 가능성을 사장시켜버립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닙니다.

행복은 부모님의 사랑과 격려, 칭찬만큼 자랍니다.

공부와 상관없이, 성적과 무관하게 너를 사랑하노라 꼭 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도 많이 칭찬하고 많이 격려하며 많이 안아주세요.  


민희는 성적은 뛰어나지 않지만 정말 뭐가 되도 될 아이입니다.

그리고 귀댁의 자녀가 성적이 좋건 나쁘건 뭐든 자기의 삶을 행복하게 꾸릴 줄 아는 멋진 성인으로 자랄 겁니다.

당신의 격려와 칭찬,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받고 말이죠.




(사진은 유퀴즈에 출연한 기안84 화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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