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았다.
내일도 비슷할 예정인 범상한 저녁 시간.
다들 흩날리는 벚꽃잎에 환호할 때, 난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재채기를 휘날렸다.
간질거리는 코끝, 잔뜩 예민해진 피부, 나올 듯 말 듯 약만 올리는 재채기 덕분에 신경질이 가득 차오른 상태.
이미 씻고 잘 준비를 마쳤어야 할 시간인데 남매는 숙제도 마무리가 안된 채 거실 식탁 양쪽에 널려있었다.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서로 장난치며 쓸데없이 친분을 과시했다.
또래보다 작은 키가 걱정돼서 이틀 후 대학병원 키성장클리닉을 예약해 둔 상태인데 그것도 기우인지 떨어져 앉아서도 두 다리를 서로에게 뻗어서 발장난을 하고 있으니 괜히 병원 예약을 해놨나 헛웃음이 나왔다.
아이들은 산만하고, 나는 비염이고, 때문에 손에 들린 책에 집중이 안 됐다.
핑계김에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습관으로 몇 개 안 되는 계정을 순서대로 들어가 봤다.
어제 연재글을 발행한 브런치 - 오늘의 조회수 102 ▲31 / 참 귀여운 숫자
인플루언서 신청에 번번이 떨어지는 블로그 - 조회수 1171, 이웃증감수 1, 댓글수 17 / 평타
며칠 사이 새로 업로드하지 못한 인스타그램 - 새로운 알림 없음 / 참 정직
그리고, 네이버 메일
블로그를 운영한 지 오래되서인지 종종 메일로 책 서평 제안이 들어온다.
그리고 현재 참여하고 있는 출판사 서포터스 활동 안내도 메일로 오기 때문에 매일은 아니지만 종종 들어가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무심히 목록을 확인하던 중 한통의 메일이 눈에 들어왔다.
"집필 관련 문의 "
끈기없이 콧구멍을 타고 주르륵 흐르던 콧물이 뜻밖에 메일에 놀라 호흡을 들이마시다가 쏙! 들어가 버렸다.
제목이미지 : 픽사베이
제목이미지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