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했다고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인프제 직장인의 웹 소설 작업 일기

by 음미숙

얼떨결에 처음 쓴 웹 소설을 출간 계약까지 했을 때였다. 나는 계약까지 했으면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미 완결까지 써놓은 원고도 있겠다, 고생하면서 쓴 소설이 세상 밖으로 나간다니까 그저 신이 날 뿐이었다.



하지만 계약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계약은 곧 시작을 알리는 축포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엉망이었던 첫 소설은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그저 내 생애 처음으로 완결까지 끌고 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던 작품이었다.


완결까지 다 쓰고도 한참 지난 어느 날, 한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을 주셨다.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큰 고민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금은 이미 처음 계약한 출판사에서 두 작품이나 함께 작업하여 출간까지 완료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는 정말 편하게 작업했다.


아무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출판사와 계약하는 거다 보니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출판사 담당자분께서 귀찮은 내색하지 않으시고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그래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문제는 나의 마음가짐에 있었다. 출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글 쓰는 과정하고는 또 달랐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출간일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BL 웹 소설 단행본 기준이다. 물론 출판사마다 업무처리 과정이 다 다르므로 내 말이 정답은 아니다.


그저 글만 쓴다고 해서 뚝딱 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출간되는 그 중간 과정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걸 쓰고 싶었다.


먼저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출판사와 조율하여 언제쯤 출간할지 정한다. 보통 BL은 무료 연재로 전 회차 수를 풀고 단행본 작업 시에 외전을 추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니면 외전은 따로 출간하는 작가님도 계신다. 물론 미공개 원고로 출간하는 작가님도 계신다.


출간할 플랫폼에 심사를 넣는 데 필요한 파일을 작성한다. 키워드, 작품 소개, 10화 정도의 원고 등등.


출간 일자가 정해지면 출판사에서 먼저 작가에게 알려주고 플랫폼 출간 일정에 공지된다. 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제 원고 퇴고를 해야 한다.


대사를 외울 정도로 보고 또 보면서 오타 수정, 문맥 수정 등등 작가가 먼저 다듬은 원고를 출판사에 보내주면 담당자분께서 교정, 교열해 주신다.


출판사와 원고를 여러 번 주고받다 보면 표지를 만들어야 한다. 보통 신인은 디자인 표지로 진행한다. 물론 소설 내용이 정말 좋으면 일러스트 표지로 데뷔하시는 신인 작가분들도 계신다. 어떤 느낌의 표지를 원하는지 시안서도 작성한다.


플랫폼에 들어갈 작품 소개와 작가 소개 등등 또 필요한 정보를 준비한다. 나는 이 정도까지 준비하고 출간될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 내가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읽고 또 읽어도 재밌었다.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출간하는 과정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 했었다. 얼마나 책이 좋았으면 서점에서 근무하는 꿈도 꿨다.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쓴 소설을 출간하면서 간접적으로 궁금증을 풀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딱 출간되었을 때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판매량, 댓글, 좋아요 수를 다 떠나서 정말 정말 뿌듯하다.


그때 그 감정을 나는 잊을 수 없어, 여전히 매일 소설을 쓰고 있다. 열심히 조각 글을 모아 완결 소설을 만들고 열심히 출판사에 시놉시스를 보내고 원하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또 다른 출판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내가 키보드를 두드릴 힘이 남아 있는 한 이 기쁨은 평생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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