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11

by Liz


변호사님이 등기로 조정조서를 보내주신다고 하며 받을 주소를 물어보셨다. 덜컥 회사에 법무법인 봉투가 전달될까 봐 두렵다. 나의 이혼은 절대 회사에는 밝히고 싶지 않은 사적인 일이었다.


'아.. 변호사님 집에는 아무도 없어서 직장으로 받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봉투는 법원봉투인가요? 아니면 변호사사무실 봉투인가요?'


'사무실 봉투요. 그럼 불편하실 수 있으니 이걸 무지봉투에 한 번 더 담아서 보내드릴게요.'


받는 사람. 이세연.

꽤나 두툼한 무지봉투가 도착했다.


퇴근시간에 옅은 갈색의 두툼한 봉투를 들고 지한이를 하원시키러 간다. 어린이집 문을 열자 원장 선생님께서 반갑게 인사해 주신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지한이가 요즘 밥을 너무 잘 먹어요. 말도 늘어서 어찌나 재잘재잘 대는지 정말 너무너무 귀여운 거 있죠.'


'아 정말요?

요새 정말 예쁨 폭발이에요. 집에서도 애교를 얼마나 부리는지 모르겠어요.'


다행히도 나의 아이는 아직까지 잘 크고 있다. 엄마 아빠의 이혼은 생각도 못한 채 아빠가 멀리 마닐라로 일하러 간다는 것만 안다. 앞으로 한 달에 한번 아빠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들어올 때만 봐야 한다는 것도 같이 인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아이아빠의 단기해외파견이 끝나면 그때는 지한이에게 사실을 이야기해 줘야 할 것이다.

아빠가 한국에 돌아왔음에도 같이 살지 않는 이유를, 왜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하지 않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 지한이의 눈을 보며 내가 잘 말해줄 수 있을까. 변화된 삶의 모양을 지한이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벌써부터 무섭다.


전남편은 아이를 오로지 내게 맡겨둔 채로 도망치듯 떠났다. 나는 지금 한 손에는 그와의 관계종결 선언이 된 연갈색 무지봉투를 들고, 남은 한 손으로는 내 아이의 손을 잡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고 있다.


마음은 생각보다 괜찮다. 얼마나 기다렸던 이혼인가. 법원의 시간을 지나 내 감정의 바다를 지나 해안가로 다다랐다. 다만 집에서 천천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혼이 결정 난 법원의 서류를 담담하게 훑어보고 저 멀리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내일은 조서를 들고 종로구청에 가서 이혼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연락해 보기로 한다.

처음에 뭐라고 보내야 할까. 그는 나를 모르니 내 이름을 진솔하게 밝히는 편이 좋지 않을까. 예를 들면 이렇게.


안녕하세요 준영씨, 저는 이세연이라고 합니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