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12

by Liz


늦은 저녁에 언니에게 연락을 한다.


'언니 있잖아.

예전에 내가 유튜브에서 봤다던 그 남자 기억나?'


'어어 기억나지 왜?

진짜 연락이라도 하게?'


'어 나 디엠이라도 좀 보내볼까 봐..

뭐라고 보내야 해? 안녕하세요 하고 내 이름 말하고 그다음이 생각이 안 나.'


'파하하 진짜ㅋㅋㅋㅋㅋ

내 동생 한다면 하는 이 시대의 테토녀지.

그냥 대충 보내.

어차피 그 사람한테 디엠 엄청 많이 올 거야.

그리고 답장 안 올 수도 있다?'


'ㅎㅎㅎ 언니 동생 추진력 갑이잖아.

근데 그렇지..

나만 보는 프로그램도 아니고..

아니 진짜 읽씹 당하면 어쩌지?'


'ㅋㅋㅋ 상처받지 마라..

그리고 보내기 전에 내용 검사받아.'


'ㅎㅎㅎㅎ 알았어ㅎㅎㅎ'


그날 밤 나는 지한이를 재우고 내 방으로 건너왔다.

지금은 저녁 열한 시다. 상대에게도 나쁘지 않은 시간일 것 같다. 그도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재우고 난 뒤일 거다. 뭐라고 보내면 좋을까. 일단 그쪽은 나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 이름부터 밝히고.. 그리고 출연하신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보내봐야겠다. 그리고 우리 같은 대학교니까 그것도 말하고 또.. 그 뒤로는 인연이면 어떻게든 대화가 이어지겠지 않을까 싶다. 우선 그 사람 계정에 들어가서 디엠을 한 번 보내보자.


매일 들어가던 인스타임에도 오늘따라 엄숙한 마음이다. 머릿속에서 뭔가 엄청나게 비장한 비지엠이 들리는 것 같다. 친근한 그 네모난 분홍색 어플을 눌러 그 사람의 계정을 타고 들어간다. 그리고 메시지 버튼을 누르고 디엠을 보낸다.


'안녕하세요 준영씨. 저는 이세연이라고 합니다.'


메시지 발송 후 다음 문장을 보내려는데 대화창이 막혔다. 상대가 나와 대화하기를 수락해야 내가 메시지를 더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모르는 상대방에게 디엠을 처음 보내봐서 그런지 이 시스템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한 나의 불찰이다. 이렇게 망한 건가.. 당황한 나의 손가락은 잠시의 소란을 그치고 조금 잔잔한 상태에 이르렀다.


머리도 이렇게 말한다. 뭐 어쩌냐.. 그냥 내버려 둬. 그리고 세연아 잠이나 자. 내일 출근해야지.


망한 건 망한 거고 지한이가 좋아하는 사과를 좀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시켜야 내일 아침에 도착하니까 우유랑 달걀이랑 같이 쿠팡에서 주문부터 하는 게 먼저겠다.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