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부동산 어플을 통해 마음에 드는 아파트 단지를 몇 군데 정했다. 바로 몇몇 부동산에 연락하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나와 인연이 될 집은 어딘가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가졌다.
작은 전세금을 가지고 서울의 중심에 전셋집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실감이 난다. 신혼때와는 다르게 서울의 집값은 감당 안될 만큼 치솟아 있었고 전세보증금 또한 그때와 다르다. 아이를 위해 좋은 컨디션의 집을 구하고 싶고 무엇이든 최고만 선사하고 싶지만 지금 나의 현실은 아프게 가혹하다.
처음에 생각했던 평수를 줄여야 했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도 옮겨야 했다. 가격대와 입주시기가 맞지 않는다. 중개사님께서 전세물량도 많이 나올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 문득 친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가 생각나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화영아‘
‘응 자기‘
‘자기 아파트 입주할 때 부동산 소개 좀 해줄 수 있어? 나 이사하려고 하는데 집 좀 알아볼까 해.‘
‘응? 갑자기? 자기 이사한 지 아직 일 년도 안 됐잖아.’
‘회사랑 멀어서 안 되겠어. 그냥 나는 서울에 살아야 하는 운명인가 봐.’
가장 친한 나의 친구에게 차마 이혼한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직은 이르다. 적당한 핑곗거리를 찾아야 했다. 직주근접 같은 친구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사유 같은 것 말이다.
‘오오 자기 웰컴!! 부동산 번호는 남편한테 물어봐서 바로 보내줄게.’
친구로부터 수신된 톡을 열어보았다.
행운부동산.
내게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았던 부동산의 이름. 하루하루 무너져가며 죽을 것 같은 내 고된 일상에 한 줌의 행운이 올 수 있을까. 화영이는 상상이나 했을까. 내가 톡을 받자마자 부동산 이름을 확인하고 길거리에 그대로 서서 한참을 목놓아 울었다는 사실을.
그저 보통날엔, 그냥 평범한 부동산 간판에 평범한 부동산 이름이었을 것이다. 아니 부동산 이름조차도 보지도 않고 옆을 지나갔을 것이고, 부동산 이름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던 나다. 그런 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 '행운부동산'.
나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집을 얻었다.
지금은 셋이 살지 둘이 살지 모르지만 지한이와 둘이 산다는 가정하에도 이 정도면 지내기 좋겠다, 괜찮다 싶었다. 전세자금 대출도 조금 받기로 하고 임대인이 원하는 반전세 계약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계약날이다.
행운부동산 중개사님께서 말씀하신다.
‘사모님, 지금 와서 말하지만 여기 112동이 풍수지리학적으로 제일 좋은 동이래. 유명한 점쟁이가 와서 여기 찍고 갔잖아. 평수만 맞았으면 나도 103동 말고 이 동 샀지.
여기서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