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부동산에 전화해 중도 퇴거를 희망한다 말한 뒤 바로 회사와 가까운 전셋집을 찾아 나선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 되어 이혼을 하게 된 후 나 혼자 모든 걸 하게 된다면 지한이는 직장어린이집에 보내면 될 것이다. 며칠 전 어린이집에 전화를 해보니 다행히도 중간에 입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자리가 남아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과의 첫 통화 후 전화를 끊고 회의실로 가서 한참을 펑펑 울었다. 입소가 가능할 것 같다는 그 말에 마음 한구석이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모른다. 처음 들어보는 원장 선생님의 따듯한 목소리.
'네 어머님, 추가 입소자가 갑자기 생기지만 않는다면 가능할 거 같아요. 지한이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여유자리가 한 자리 더 있습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10월에 이사 예정이니 날짜 정해지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혹시 중간에 지한이 자리에 입소할 친구가 생기면 제게 다시 연락 주실 수 있으실까요? 먼저 입소할 수 있는 방법을 좀 찾아볼게요.'
'네 그렇게 할게요 어머님.'
...... 나 이세연은 이혼을 원한다.
지한이 엄마인 이세연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그 둘이 내 안에서 가열하게 싸운다.
그 어떤 양보도 없이 뜨거워 그냥 문자 그대로 가슴이 터져나갈 것만 같다.
항상 방향을 정하고 달려가는 나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방향에 오늘도 나는 한 발짝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내가 조금만 더 잘했다면 우리는 이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자꾸만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고 반성하고 나를 자책하게 된다. 아니야 이세연.. 이건 절대 네 탓이 아니야..
이제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얼굴 상태는 괜찮을까. 휴대폰 카메라를 켠 뒤 내 얼굴을 마주한다. 카메라 속의 눈이 빨갛다 못해 아파 보인다. 일단 화장실이라도 가서 진정한 뒤 자리로 들어가야겠다. 화장실로 바삐 걸음을 옮기면서도 머릿속엔 서둘러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리고 그전까지 추가 입소자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렇게 된다면 혼자서 하는 두 번째 집 보기다.
결혼 전 광화문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을 때 혼자 처음으로 집을 보았었다. 수많은 오피스텔을 보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내 마음에 드는 집이 있었고 입주 시기까지 딱 들어맞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때는 혼자서 살 집을 구했었다. 지금 나는 지한이와 둘이 사는 집을 구하는 것일까, 지한이 엄마가 결국 이겨 셋이 사는 집을 구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