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끝이 보인다.
이혼 소송으로 가지 않기 위해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로부터 조정 조서를 받은 날 기분이 한없이 묘했다. 엄청난 문서의 형식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내게 보내준 것은 오로지 하나의 파일일 뿐이다.
‘고생하셨어요.‘
‘변호사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조서 원본을 가지고 가까운 구청에 가셔서 이혼 서류 접수 하시면 됩니다. 행정절차는 일주일 정도 걸릴 거예요.‘
이혼은 홀가분하였으나 한편으로는 한없이 속상한 일이다. 내가 한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사람이다. 모든 진심을 바쳐 사랑했고 가족이 되기 위해 원가정 이상으로 좋아했던 사람이다. 아마도 이혼을 결정한 까닭은 내가 그를 너무나도 많이 사랑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많은 애정을 주었던 만큼 그에 대한 배신감, 그 사실 안에서 나는 정상적으로 살아낼 수가 없었다. 내 존재 자체가 자유롭지 못했다. 그를 끊어내지 않고서는 내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셈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으나 그래도 남은 여생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싶었다. 아이와 함께 하루하루를 버텨내다 보면, 계속 이렇게 현생을 살다 보면, 또 내게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지 않을까. 다시 뜨겁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나를 위한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아야 몸속 에너지가 솟구치는 나다.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해 볼까. 아마 같은 학교를 나온 것 같았다. 접점을 찾아야 하나 아니면 요즘 아이들처럼 디엠을 한 번 보내 볼까. 무엇이 나다운 선택일까 고민하다 결국 나는 디엠을 보내보기로 한다.
서른아홉.
처음으로 먼저 용기를 내보는 나다. 새로운 시작과 여러모로 맞긴 하겠다.
작년 겨울.
추웠다. 날씨도 내 가슴속도 많이 추운 날이었다. 스릴러물을 찾으며 멍한 눈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바라본다. 뭐 재밌는 신작 없나 계속 리모컨 버튼을 눌러댄다. 피 튀기고 톱으로 써는 고어물 장르를 좋아하기에 이런 비슷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찾았다. 그런데 정말 마땅한 게 보이지 않는다.
'아.. 뭐 없는 건가....?'
그때 마침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응..? 이혼도 했는데 다들 어떻게 사나 한 번 볼까.. 싶다. 일반인들이 나오는 연애 프로그램을 도대체 왜 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다니던 예전의 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아니 그걸 왜 봐야 하는 건데?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겠어. 왜 보는 거야?
글쎄 무슨 이유가 있을까. 다들 그냥 현실에서는 연애할 수 없으니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남들 연애하는 거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그마저도 아니면 그냥 요즘 사람들은 뭐 하고 사나 싶어서 그냥 보는 거였을 뿐일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