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30

by Liz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날카롭고 복잡한 마음으로 준영씨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막상 그와 같이 있으면 좋은 마음 외에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모든 근심과 고민이 그와 함께 있을 때면 사라진다.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는 시간을 아쉬워하며 우린 서로를 아끼며 달콤하게 사랑을 나눈다.


허나 이따금씩 차오르는 예민한 감정이 우리의 어디 한 곳에 슬피 뒤섞여 있다. 풀어지지 못한 마음이, 결국 저 멀리 닿지 못할 것 같은 이 마음이 무섭다. 그게 곧 우리의 결말일 것 같아 나는 미리 매섭게 아프다.


기억하고 있던 꿈이 있었다.


뒤척여 눈을 뜨니 기억의 꿈이 상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던 새벽이 있었다.


하루 이틀 이랬나 싶어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이 들지 못한 가슴에 잠시 뒤 어렴풋이 눈을 떠보니 밖이 또 어두웠다.


지난날이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말소리가 갑자기 한데 섞여 귓속을 어지럽혔고 그 어지러운 문장들이 나란히 그리고 제각각 줄을 지어 머릿속에 꼼짝 않고 서있다.


정신없는 소리는 속에서 도저히 소화되지 않았고 다시 눈을 뜨면 정신없는 소리마저 잊힐까 두렵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의 꿈으로 물거품과 같이 사라질 것 같아 무서웠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이 저 멀리 귓속에서 소리쳐 울었다.

새벽의 기억이 나를 보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복잡한 연애 속에서도 나의 현재는 복잡할 수가 없다. 다섯 살 아이 엄마는 모든 고민을 오래 할 시간이 없다. 그저 해내는 것일 뿐이다.


그저 묵묵히 오늘의 할 일을 끝내는 것 말이다.


오늘의 아이를 목욕시키고 그 작은 몸에 향기로운 보습제를 꼼꼼히 발라준다. 아이가 잠들기 전 좋아하는 책을 함께 읽고 팔베개를 하고 잠을 재운다. 오늘 하루 즐거웠던 일과 서운했던 일을 물어보며 자기 전에 베갯머리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지한이를 재우다 나도 같이 잠이 들어 버린다. 보통 엄마의 삶을 가진 이세연. 그 엄마의 삶은 내가 경험했던 그 어떤 것보다 막중하게 무거운 삶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침대 한쪽에 구겨져있던 몸이 불편해 눈을 떴다.


혹여나 지한이가 깰까 봐 조심스레 몸을 일으키고 큰 소리가 나지 않게 방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내일 오전에 허둥대지 않기 위해 미리 지한이 옷들을 맞춰둔다. 우리 꼬맹이가 좋아하는 티셔츠와 바지를 꺼냈다. 또 한숨 가득히 세탁물의 내음을 들이켠다. 새로 바꿔본 드라이시트의 향이 꽤나 마음에 든다. 마지막으로 잘 어울리는 양말까지 세트로 준비해 두고 침대로 무거운 몸을 그대로 눕힌다.


준영씨는 자겠지 싶어 전화 대신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보낸다.


'준영씨 나 지한이랑 자다가 이제 내 방으로 넘어왔어요. 잘 자요 내 사랑'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