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혼했습니다.

#26

by Liz


우리가 처음 만났던 늦은 겨울을 지나 봄이 오고 있다. 벌써 다음 주면 벚꽃이 절정일 것이다.


같은 대학교를 나온 우리는 벚꽃 시즌의 학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다. 학생 신분일 때는 항상 중간고사 시즌에 겹쳐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그 벚꽃을 이번에는 자유인 신분으로 같이 즐길 수 있다. 마음은 젊지만 몸만 늙어버린 우리 둘. 몸뚱이는 늙었지만 그래도 오늘이 남은 일생 중에 가장 젊은 날이다. 그렇기에 올해의 학교 벚꽃은 포기할 수 없다.


'세연씨, 우리 세연씨 점심시간 이용해서 같이 학교 가요.

세연씨와 벚꽃나무 앞에서 사진 찍고 싶어. 커플 사진도 남기고 손 잡고 걷고 싶어요.'


'ㅎㅎ 너무 좋죠. 다음 주가 벚꽃 절정이라며요.

당장 가자 가자.'


점심시간을 맞춰 준영씨의 차가 회사 앞으로 도착하고 나는 새침하게 준영씨의 차에 올라탔다. 회사에서는 나의 이혼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누군가 나를 볼까 걱정스럽지만 괜한 걱정으로 준영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다. 내 이혼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준영씨의 마음은 이미 조금은 다쳤을 것이다.


'준영씨 차 많이 막혔죠?'


회사 앞으로 오려면 광화문 한가운데로 들어와야만 한다. 굳이 보지 않아도 뻔할 전쟁이었을 도로 위 상황. 조금도 양보해 줄 생각이 없는 양 옆의 차들과 조금이라도 빨리 내게 오고 싶은 마음이 겹쳐서 편치 않았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응 조금 막히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세연씨 볼 생각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


'고생했어요.'


우린 가벼운 키스를 나눈 후 바로 학교로 향한다. 대략 어림잡아 십오 분 정도 걸릴 거다.

학교 후문으로 준영씨의 차가 들어가는 순간이다. 문득 예쁜 벚꽃을 보는 것이 설레는 것인지 아니면 마주 잡은 나의 왼손과 그의 오른손 때문에 설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음대 옆길에 차를 세운 뒤 벚꽃이 제일 많은 스팟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학부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학교의 에너지가 너무 반갑다. 그들의 싱그러움이 부러우면서도 맞잡은 우리 두 손을 바라보면 부러운 느낌이 사라진다.


그저 우리가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내게 사랑의 소중함을 다시 되찾게 해 준 이 사람.


서로가 기억하는 각자의 학교의 추억을 가진채 왕벚꽃나무 앞에 함께 나란히 섰다. 그 앞에서 우리 둘은 첫 커플 사진을 손에 얻었다.


뒤편 벤치의자에 앉아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보내며 서로가 찍어준 사진을 다시 보는데 뭔가 가슴이 뭉클하다. 이세연.. 정말 사랑이란 걸 다시 하고 있구나.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회사로 돌아가야 하니 다시 바삐 발걸음을 옮겨 준영씨의 차에 탔다. 운전석에 올리탄 그가 무언가 생각난 듯 뒷좌석에 손을 뻗는다. 잠시의 소란 후 내게 건넨 도시락 가방 하나.


'점심 거를 거 같아서 샌드위치 싸왔어요.

들어가면 자리에 앉아서 커피랑 먹어요.'


수, 금 연재